한은, 기준금리 3.0% 동결… 인하시 고환율 자극 우려

환율·美 통화정책 등 방향 확인 뒤 움직일 듯

2025-01-16     한재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해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환율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지난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파급효과를 지켜보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오전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0% 수준에서 동결했다/한국은행

16일 한국은행은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3.0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낮춘 만큼 파급효과를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경기상황을 보면 추가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세 차례 연속 인하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연속 인하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없었다.

이번 동결은 경기 침체 우려보다는 탄핵 정국과 환율 상승에 대응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15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금리를 섣불리 움직이는 게 불확실성을 높일거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해 11월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 물가·시장금리 상승 기대 등을 업고 뛰기 시작해 1410원 선을 넘긴 후 12월 3일 계엄 선포 이후 14750원대를 넘어섰고 연말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 1480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평균 환율은 1434.2원을 기록해 전달(1393.38원)대비 2.9% 가량 올랐다. 새해 초에도 강달러 전망에 힘입어 원화 환율은 1460∼147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현재 1.5%포인트 수준에서 더 벌어지면 달러 강세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양호한 상태로 확인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란 전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연준의 통화정책을 확인한 뒤 통화정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분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경기 부양은 재정정책의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한은의 입장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지는 정국 불안에도 실제 소비 심리가 급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값과 가계부채 등을 자극할 수 있는 통화정책 보다는 지원이 필요한 곳을 타깃한 재정정책이 더 나은 선택으로 본 셈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통화정책은 국내 정치 상황 및 대내외 경제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및 환율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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