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하 같은 동결’… 추가 인하 변수 '환율'(종합)
시장 전문가 대다수 "2월엔 내릴 것"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새해 첫 결정은 ‘동결’이다. 지난해 12월 계엄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 속에서도 “통화정책에 경기 부양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환율안정을 우선시했다.
그러면서 경기뿐 아니라 시장 전체에 고루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의 성격을 거듭 강조했다. 한은의 동결을 이끈 것은 고환율이다. 한은은 미국 통화정책과 환율의 방향성을 보고 이르면 2월부터 다시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16일 오전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0%로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린 뒤 인하 랠리에 쉼표를 찍었다. 금통위원 내부에서 금리 인하 공감대는 여전하지만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건 것은 1400원 후반대를 등락하고 있는 환율 때문이다.
기준금리 동결에 美지표에 안도… 환율 진정세가 관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 높은 환율을 꼽았다. 물가 여건 등을 봤을 땐 추가 인하도 충분하지만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크게 상승했고 변동성이 증대돼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통위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현 수준인 1.5%포인트로 유지하면서 도널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국내 정치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금통위 내 신성환 위원만 기준금리 인하(0.25%포인트) 소수의견을 냈지만 나머지 위원들 역시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에 전날에 이어 환율 시장은 진정하는 모양새다. 이날 동결 결정 발표 직후인 오전 9시 50분 기준 환율은 1440원선까지 급락했다가 한 시간 뒤인 10시 50분쯤 1450원대까지 오르며 낙폭이 축소됐다.
이날 오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역시 내림세가 축소된 1456.7원으로 전날보다 4.5원 내렸다. 한은 금통위 금리 동결로 원화가 다소 강세를 보였지만 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환율이 1450원대로 마감한 것은 지난 8일(1455.0원) 이후 6거래일 만이다.
관건은 환율 진정세가 유지되는가이다. 이 총재는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서 1470원 수준까지 올랐는데 이 가운데 50원가량이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영향, 20원이 정치적 이유”라며 “다만 국민연금의 달러 헤지물량, 외환당국의 시장안정화 효과로 인한 하락 효과가 있어 계엄에 따른 환율 상승분은 30원 정도로 판단된다”고 했다.
덧붙여 “만일 환율이 1470원대로 오른 채 유지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저희가 예측했던 1.9%보다 0.15%포인트(p) 올라 2.05%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기준금리 2월 인하… 연내 최소 두 차례 예상
시장서는 이번 동결이 비둘기(완화기조)적 완화라는데 입을 모은다. 금통위의 포워드 가이던스와 궤를 같이 한다. 금통위원 모두는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최종 금리 수준은 현 수준보다 0.50%포인트 낮은 2.50%가 될것이란 분석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금리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환율 등 대외 요인을 지목했음에도 그간 진행됐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향후 기준금리는 2.50%까지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위원은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 6인 전원 인하 의견이 개진됐다는게 포인트”라면서 “한국은행의 3대 고민에 대한 부담은 줄었지만 고환율이 여전히 숙제”라고 했다. 김 위원은 올해 기준금리를 2.25%까지 내릴 수 있을거로 봤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매파적 기조 확인 후에도 한은은 국내 경기 하방 리스크를 언급하며 올해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며 “두 차례 소통 모두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최소 1분기 중 한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어뒀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 대해 “환율이 불안하니 잠시 쉬어가겠다”는 평가를 내놓고 연내 3회 인하와 함께 2월 인하 재개를 전망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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