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IT] "이럴 거면 통신사 멤버십 없앱시다"
"해가 지나도 뭐가 바뀌었는지 크게 체감이 안 된다. 이럴 거면 차라리 멤버십을 없애라."
을사년 새해를 맞았지만 이동통신사 멤버십 혜택 부족을 꼬집는 목소리가 주위에서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멤버십 실효성이 점점 더 없어진다는 하소연이다.
통신사 멤버십 혜택 부족 문제는 최근 들어 부쩍 이슈가 됐다. 이정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우수고객 및 장기 고객의 차별화된 혜택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통신사가 현재 진행하는 1+1 영화예매권은 혼자 영화를 보는 고객에게 유명무실하다"며 "장기 이용자에게는 (쓸모없는) 데이터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당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멤버십 혜택이 잘못 개편되고 있는 것이 없는지 평가하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새해 들어 여전히 1+1 영화 예매권을 유지했다. KT의 경우 혼자서도 영화 무료 예매가 가능하지만 6회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VIP 등급만 가능한 형편이다. 여기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 올해 장기 고객에게 데이터 쿠폰을 준다. 데이터 무제한이나 고가의 데이터 요금제를 쓰는 장기 고객은 필요 없는 혜택이다.
통신3사는 자사별로 매달 혜택이 바뀌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장기 고객 중 일부 당첨자에게 문화생활을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이벤트도 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매달 혜택이 바뀌는 각사 멤버십 프로그램 다수는 선착순으로 쿠폰을 발급하는 형태이며 멤버십 등급에 따라 할인율도 차등을 둔다. 여기에 장기 고객 혜택 역시 가입 기간 년수에 따라 할인율 차등을 두거나 일부 당첨자에게만 문화생활 기회가 돌아가는 구조라 제대로 된 멤버십 혜택 확대라고 말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통신사들은 새해 들자마자 제휴사 사정을 이유로 실생활과 밀접한 멤버십 혜택 줄이기에 나서 고객 원성에 기름을 부었다.
SK텔레콤은 올해 1월 1일부터 T멤버십 제휴 혜택 중 하나였던 롯데면세점 온라인 혜택, '오픽', '딘타이펑' 혜택을 축소하거나 종료했다. KT는 2월 1일부터 배스킨라빈스, 현대리바트 혜택을 축소하거나 없앴다. LG유플러스는 롯데월드, 굽네치킨 혜택을 없애거나 줄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근 통신사들은 자사 멤버십을 의무가 아니라 덤으로 주는 개념이라고 주장하나 이용 기간이 10년이 넘은 장기 고객 입장에서 기존에 영화를 무료로 1년에 12회 정도 보다가 지금의 멤버십 혜택 면모를 보면 과연 무슨 생각이 들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전에도 주장한 적이 있는데 쓸 수도 없는 혜택으로 생색을 낼 거면 차라리 멤버십 혜택을 없애고 쓰는 요금제에 따라 요금을 차등해 깎아주는 게 나아보인다"고 했다.
이처럼 매번 반복되는 혜택 부족 문제를 끝내기 위해 차라리 현행 멤버십 프로그램을 없애고 고객별로 매달 2~3만원의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안이 어떨까. 고객은 매달 실질적인 혜택을 받게 되고 통신사들은 더는 멤버십 혜택 부족 지적을 받지 않아도 되니 서로 좋지 않을까.
이와 같은 현행 멤버십 프로그램에 대한 확실한 개선책이 없다면 지금의 "충성 고객임에도 잡은 물고기 취급을 받고 있다"는 고객들의 원성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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