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조장 트럼프 밈코인, 韓 상륙에 기대 반·우려 반

밈코인, 내재가치 없이 오직 재미용

2025-01-24     원재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Official Trump)’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됐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트럼프 영향력에 힘입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그 첫 대상이 ‘밈 코인’ 이라는 다소 뜻밖의 행보에 놀라움과 의아함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2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이 각각 지난 21일과 20일 오피셜 트럼프의 거래 지원을 시작했다. 

오피셜 트럼프는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개한 밈코인이다. 출시 당시 20센트, 한화 약 300원 수준이었으나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전일 최대 1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코인마켓캡 기준 오피셜 트럼프 시가총액은 약 12조원이다. 

트럼프 밈코인, 폭발적 관심에도 트럼프 “나도 잘 몰라”

오피셜 트럼프 출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정확한 쓰임새나 뚜렷한 목표는 알려지지 않았다. 밈코인은 그 특성상 발행 아이디어에 대한 홍보와 선호도 표시가 목적이다. 이 때문에 쓰임새 없는 토큰에 대해 ‘투심 과열’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트럼프 역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피셜트럼프에 대해 “내가 출시했다는 것 외에는 잘 모른다”며 “해당 코인이 성공적이었다는 것만 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이미 사기적 이미지가 팽배한 업계를 대중들이 더욱 신뢰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며 반감을 표하기도 한다. 밈코인은 다른 디지털자산과 달리 비즈니스 용도로 쓰이기 힘들며, 거래 용도로 사용되지도 않아 오로지 투기적 성격만을 가진다. 

미국 글로벌 자문 기업 스톤턴(StoneTurn)의 가상자산 전문가 카일리 컬리는 “일반적으로 밈코인들은 가상자산에 진지한 사람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곤 한다”며 “트럼프 밈 코인이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 규제환경을 더 발전시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트럼프家, NFT·디파이 이어 밈코인까지… ‘트럼프 효과’에만 기대

오피셜 트럼프는 트럼프 가문이 발행했다. 정확하게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Eric Trump)가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는 두 트럼프 그룹 계열사 ‘파이트 파이트 파이트 LLC(Fight Fight Fight LLC)’와 ‘CIC 디지털 LLC’, 그리고 ‘셀레브레이션 카드 유한회사(Celebration Cards LLC)’가 발행, 운영한다. 세 곳이 오피셜 트럼프 발행량의 80%를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 2억개의 토큰이 유통되고 있다.

CIC디지털의 경우 이미 지난 2022년 트럼프가 자신의 모습을 딴 NFT(대체불가능토큰) 발행을 허가해 ‘트럼프 NFT’를 판매한 이력이 있다. 파이트 파이트 파이트 LLC는 비교적 최근 설립된 곳으로 오피셜 트럼프 외에는 다른 활동 이력이 없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를 이끌고 있는 차남 에릭 트럼프다. 트럼프 가문이 진행하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오피셜 트럼프 외에도 NFT와 디파이 프로젝트 등 다수다. 도널드 트럼프와 에릭 트럼프가 모두 가세한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은 지난해 미국 대선 전 토큰 판매를 시작했으나, 트럼프의 당선 이전이었던 영향인지 완판에는 실패했다. 

다만 여러 산업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가문이 진행해온 프로젝트 중 이렇다할 성공을 일궈낸 것은 없으며, 오로지 ‘트럼프 효과’에만 기대고 있다. 앞서  CIC디지털이 발행한 NFT들은 지난 2022년 이후 거래가 멈추다 싶이 했으나, 트럼프의 대선 성공 이후 전달 대비 16만% 오른 거래량을 보이며 ‘트럼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오피셜 트럼프 역시 단기적으로 공개된 용도 없이 ‘트럼프 커뮤니티’의 지지에만 가격을 기대는 만큼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크다. 

트럼프 지지자인 닉 카터 캐슬 아일랜드 벤처스 파트너는 “이 나라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완화될 기로에 선 시점에서 사람들에게 ‘아 이건 그냥 밈 코인을 위한 카지노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