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지주회장 중심 의사결정, 내부통제 작동 어렵게 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주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하고 상명하복의 순응적 조직문화가 만연해 내부통제 등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원장은 4일 열린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잠정) 브리핑’에서 “이사회는 인수합병 M&A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등 본연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제한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권은 작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사태에 이어 끊이지 않는 대규모 금융사고로 신뢰 하락은 물론 이제는 금융회사로서의 기본적인 윤리의식과 역량마저 의심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최근 기업은행에서도 복수의 직원이 연루된 대형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 조직문화는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닌, 은행권과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 문제임이 명확해졌다”고 했다.
이복현 원장은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을 지적했다. 그는 “임직원은 경영진이 제시한 외형성장 목표만을 추종하거나 은행 자원을 본인 등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 및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며 “금융회사는 금융사고를 축소하려 하거나 사고자를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함으로써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감독당국은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를 경시하는 조직문화도 문제라고 봤다. 이 원장은 “경영진 등이 단기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도록 유인구조가 설계됨에 따라,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장치가 작동되기 어려웠다”며 “지주는 그룹 내 잠재 부실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해 금융그룹의 위기대응능력(자본비율)이 과대평가되고 은행 등 자회사가 금지된 브릿지론을 편법 취급하거나 특수목적회사 등을 통해 계열회사를 우회 지원하는 등의 여러 부적절한 고위험 추구 행태를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취약한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에 대해 금소법 시행 후 3년이 넘는 시간이 경과했고 과거 사모펀드 사태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 장치를 두텁게 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금융권의 미흡한 소비자보호 체계 개선노력과 단기실적주의에 내몰린 임직원들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작년 초 주요 판매사 검사를 통해 확인한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양태가 여타 판매은행에서도 마찬가지임을 확인했다”며 “다수 은행에서 연체대출을 고객 예금과 상계하면서 민법상 압류가 금지된 최저생계비까지 상계하는 등의 다양한 행태의 소비자 권익 침해 사례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금융권 스스로의 철저한 조직문화 쇄신 의지뿐 아니라 감독당국의 체계적 감독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구현 ▲건전성·리스크 관리 강화 ▲자율쇄신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이복현 원장은 “금융회사가 단기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지배구조 선진화, 건전성·리스크관리 중심 영업 및 엄정한 조직문화 확립 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도록 유도하겠다”며 “검사결과 나타난 회사별 취약점에 대해서는 향후 재점검 등을 통해 개선실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법규위반 사항은 그 책임에 맞게 엄중 제재하는 등 검사결과 후속처리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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