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조원 청약에도 흔들린 LG CNS… IPO 시장 한파 지속

2025-02-05     조상록 기자

LG CNS의 코스피 상장 첫날 성적표는 시장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첫 대형 기업공개(IPO)로 주목받았던 LG CNS는 5일 코스피시장 데뷔전에서 공모가 6만1900원 대비 9.85% 하락한 5만5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총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던 LG CNS의 시가총액은 5조4062억원으로 줄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5일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LG CNS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현신균 LG CNS 대표가 기념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거래소

이날 LG CNS는 시초가부터 공모가를 밑도는 6만5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 잠시 공모가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하락 폭을 키우며 장중 한때 5만4900원까지 주저앉았다.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현상은 최근 IPO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는데 LG CNS마저 이러한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특히 LG CNS는 수요예측 과정에서 보여준 뜨거운 관심과는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앞서 LG CNS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일반 청약자들의 청약 증거금만 21조원을 넘어서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흥행과 달리 상장 첫날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공모가 산정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시장 전문가들은 LG CNS의 부진 원인으로 높은 구주매출 비중과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 부담을 지목했다. LG CNS는 이번 공모에서 전체 공모 물량의 절반에 달하는 968만8595주를 구주매출로 편성했다.

구주매출은 신규 자금 조달이 아닌 기존 주주의 투자금 회수 성격이 강해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 발행주식의 28.49%에 달하는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세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이날 기관투자자들은 1555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도 292억원어치를 매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185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하락하는 주가를 떠받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LG CNS의 부진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IPO 시장의 한파가 여전히 진행형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로 올해 들어 새롭게 증시에 입성한 8개 기업 중 아스테라시스를 제외한 7개 기업이 상장 당일 공모가를 하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LG CNS의 부진은 당분간 IPO 시장의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LG CNS는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디지털전환(DX) 기술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현신균 LG CNS 대표는 “IPO를 발판으로 AI와 클라우드 등 DX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해 글로벌 DX 시장의 퍼스트무버가 되겠다”고 밝혔지만 상장 첫날부터 맞닥뜨린 주가 하락으로 향후 성장 전략 이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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