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코어 울트라 2세대, 성능 이슈 선입견 이제 그만 [권용만의 긱랩]

전력 설정 문제 해결, 최대 성능 영향 없어

2025-02-12     권용만 기자

올해 PC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제품으로는 코드명 ‘애로우 레이크(Arrow Lake)’로 알려진 인텔의 ‘코어 울트라 200 시리즈’가 꼽힌다.

코어 울트라 200 시리즈는 데스크톱 PC 시장에서는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로 기존 ‘코어 14세대’를 대체하며 AI 데스크톱 PC 시장을 본격적으로 연다. 노트북 PC 시장에서는 새로운 ‘코어 울트라 200H/HX 시리즈’가 기존 ‘코어 울트라 100 시리즈’나 ‘코어 14세대’ 제품을 대체하며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어 울트라 200 시리즈 중 지난 2024년 10월 데스크톱 PC용 최고 성능 제품인 ‘K 시리즈’부터 선보인 인텔의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는 출시 초기 제법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은 바 있다. 출시 초기 코어 울트라 200S가 겪은 가장 큰 문제는 ‘성능’이었는데 인텔이 제시했던 성능 향상 수준이 실제 사용자들의 환경에서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정 사용 환경에서 이전 세대 대비 성능이 떨어지는 이상 현상도 있었는데 이에 때로는 ‘게이밍 성능에서는 이전보다 퇴보한’ 신제품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코어 울트라 200S의 출시 이전부터 리뷰를 준비한 리뷰어의 입장에서, 코어 울트라 200S 프로세서와 기반 플랫폼은 여느 때보다 다루기 까다로운 부분들이 있었다. 인텔 또한 출시 이후 여러 가지 성능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을 시작했다. 지난 CES 2025에서는 코어 울트라 200S의 추가 제품군 출시와 함께 지금까지 제기된 성능 문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응을 따로 시간을 들여 소개하기도 했다.

인텔의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 프로세서의 초기 사용자들이 겪었던 특정 상황에서의 성능 문제는 최신 펌웨어 업데이트와 운영체제 업데이트로 대부분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해결된 마이크로코드 등이 담긴 펌웨어도 CES 2025 기간을 전후해 대부분의 메인보드들에 업데이트가 배포됐다. 이를 모두 적용한 시스템에서의 실제 테스트에서도, 이전에는 40%까지 성능 하락이 일어나던 구간이 정상적인 성능으로 돌아온 모습이다.

인텔 코어 i9-14900K(좌)와 인텔 코어 울트라 9 285K(우) / 권용만 기자

문제 원인은 ‘잘못된 설정’, ‘중저부하 상황’에서 큰 여파

인텔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의 초기 리뷰 과정에서는 많은 리뷰어들이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을 겪고는 했다. 정식 출시 이전의 펌웨어에서는 펌웨어 버전에 따라서 고성능 외장 그래픽카드가 아예 인식조차 되지 않는 문제나 높은 동작속도를 가진 CUDIMM 메모리가 제대로 인식, 동작되지 않는 문제가 주요 메인보드 제조사들의 리뷰용 샘플들에서 나타났다. 이런 부분은 엠바고 해제 직전에서야 새로운 펌웨어가 등장했다. 

이 당시의 펌웨어와 운영체제 환경에서는 윈도11의 전원 설정에 따라 성능이 크게 변하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실제 애플리케이션들의 성능을 반영하는 형태의 테스트에서는 전원 설정에 따라 성능 차이가 적게는 10%에서 크게는 40% 이상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대부분의 게이밍 테스트에서는 프로세서를 100% 쓰지 않아서, 이 문제는 저조한 게이밍 성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테스터들이 최대 성능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윈도의 전원 설정을 ‘고성능’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현재 최신 윈도11에서 전원 모드 설정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윈도11의 ‘설정’ 앱에서 전력 모드를 ‘최고 성능’으로 놓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이번 코어 울트라 200S의 성능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윈도의 ‘제어판’에 있는 ‘전원 옵션’에서 ‘고성능’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설정’ 앱의 전력 모드 설정이 비활성화되고 시스템은 최대 성능을 위한 상태로 유지된다. 사실 이 설정은 수 년 전의 사용자들이라면 벤치마크 테스트에 필수적인 확인 사항이였다. 하지만, 윈도10의 1709 빌드 이후부터는 ‘파워 슬라이더’ 시스템이 들어오면서 추천하지 않는 항목이 됐다. 이제는 아예 제어판의 전원 옵션에서 ‘균형 조절’ 이외의 프리셋이 없는 경우도 제법 있다.

현재 윈도 11의 전원 정책 설정은 아직 완전히 통합되지 않은 상태다. / 권용만 기자

이러한 초기 상황에서 윈도의 전원 설정을 ‘고성능’이 아니라 ‘균형 조절-최고 성능’으로 놓거나 ‘균형 조절-균형 조절’로 설정한 상태에서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는 이전 세대보다 크게 낮은 성능을 보이는 경우도 흔했다. 실제 IT조선의 리뷰를 위한 테스트 과정에서도 PC마크(PCMark) 10이나 UL 프로시온(Procyon)의 오피스, 사진 편집 성능 테스트 등에서 전원 정책 설정에 따라 작게는 10% 정도에서부터 크게는 40% 정도까지 차이가 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이유로 가장 의심되는 부분은 작업 할당과 수행에서의 전력 관리 문제가 있다. 이전 세대의 ‘랩터 레이크’와 달리, ‘애로우 레이크’는 작업이 들어오면 E-코어부터 작업을 할당해 동작 속도를 높이다가 상황에 따라 이를 P-코어로 넘기는 식으로 전력을 최적화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E-코어가 작업을 판단할 기준을 잘못 설정하거나 하면 P-코어로 넘길 작업을 E-코어에서 수행하려 하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인텔은 지난 연말과 연초 CES 2025의 세션에서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 여정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이 중 전원 정책 설정 관련 문제는 이미 윈도11 24H2의 11월 정규 업데이트로 해결됐다고 언급됐다. 이 ‘전원 정책 설정’ 문제는 프로세서의 자원 분배 설정을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최적화하는 ‘APO(Application Performance Optimizer)’의 오작동 문제에도 영향을 줬다. 이 또한 전원 정책 설정 문제와 함께 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수스 ROG 스트릭스 Z890-E 게이밍 와이파이 메인보드의 BIOS 업데이트 내력 / 에이수스 홈페이지 갈무리

펌웨어 차원에서도 초기에는 특정 사용 상황에서 자원 할당과 동작 속도 제어 등에 문제가 있었다. 인텔은 일부 프리릴리즈 펌웨어의 ‘퍼포먼스 세팅’에서 예상보다 낮은 성능이 나오던 문제가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퍼포먼스 세팅’은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의 최적화된 성능을 위해 인텔이 보증하는 동작 조건이다.

인텔은 펌웨어 수준에서의 문제에 대해 1월 초 선보인 최신 ‘0x114’ 마이크로코드가 적용된 펌웨어로 해결했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부분의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이 마이크로코드가 적용된 새로운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 새로운 마이크로코드에는 PCIe(PCI Express)의 리사이저블 BAR(Resizable BAR), APO, 프로세서 내부의 링버스 동작 속도나 메모리 컨트롤러 성능 조정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할록(Robeert Hallock) 인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AI&테크니컬 마케팅 부사장은 CES 2025에서 “1월부터 제공되는 최신 펌웨어는 출시 초기의 펌웨어에 비해 게이밍에서는 크게는 26%까지 높아진 성능을, 3D마크 타임 스파이에서는 97% 높아진 성능을 제공한다. 메모리 지연 시간은 초기보다 30% 줄었다. 이제는 인텔이 출시 당시 기대했던 성능을 온전히 사용자들에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PCMark 10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UL Procyon(Office Productivity) 테스트 결과,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성능 문제 수정, ‘최대 성능’ 아닌 ‘체감 성능’ 수정이 핵심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 초기에 제기된 성능 문제는 애초에 ‘최고 성능’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던 만큼,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도 기존의 벤치마크가 보여주는 ‘최고 성능’은 그리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작업시 프로세서 부하가 ‘풀 로드’가 아닌 상대적으로 낮은 부하를 가진 작업들에서의 성능 수치 측면이다. 이 결과에서는 절대적인 성능치보다는 각 전력 관리 모드에 따른 성능 변화 추이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테스트 시스템은 이전에 코어 울트라 9 285K의 리뷰에 사용했던 시스템 구성과 거의 동일하다. 메인보드는 에이수스의 ROG 스트릭스 Z890-E 게이밍 와이파이 메인보드를 사용했다. 펌웨어 버전은 0x114 마이크로코드와 매니지먼트 엔진(ME) 19.0.0.1854v2.2 등이 적용된 1302 버전을 사용했다. 그래픽카드는 이전 테스트에서는 인텔 아크 A770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5090 FE를 사용한 점이 달라진 부분이다. 운영체제는 윈도11 24H2의 1월 정기 업데이트까지 적용됐다.

PC마크(PCMark) 10 테스트 결과는 초기 리뷰 때의 결과와 그래픽카드가 다른 만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전의 리뷰시 겪었던 전력 관리 설정 변화에 따른 큰 성능 차이는 이제 거의 보이지 않는다. 테스트 결과를 비교한 모든 주요 항목에서, 전력 관리 모드 설정에 따른 변화는 거의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전에는 각 모드에 따라 큰 폭의 성능 차이가 있었던 데 비하면, 이제는 딱히 ‘고성능’ 모드를 고집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된 것으로 보인다.

초기 리뷰 시점에서 각 전력 관리 모드간 성능 차이가 컸던 테스트 항목 중 하나였던 ‘UL 프로시온’의 ‘오피스 생산성’ 테스트도 이제는 그 차이가 많이 줄었다. PC마크 10 테스트와 비교하면 이 항목에서는 성능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사실 이 정도 성능 차이는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던 시절에도 전력 관리 정책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다. 물론 절대적인 성능에서는 어느 상황이든 사용자가 성능 차이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정도의 높은 수준이다.

CES 2025서 인텔의 게이밍 시연, 이전 세대 대비 ‘동급 성능’에 ‘절반 전력’이 핵심이다. / 권용만 기자

한편, 성능 논란의 중요 축 중 하나였던 ‘게이밍’에서 인텔은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가 이전 세대인 14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넘어선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이번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의 문제 해결에서도 인텔은 ‘출시 당시 기대했던 수준’의 성능을 확보했다고 했는데 이는 이전 세대와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절반 정도의 소비전력으로 제공한다는 데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실제 CES 등에서 선보인 다양한 데모 환경에서도, 코어 울트라 285K가 이전 세대의 코어 i9-14900K의 게이밍 성능을 언제나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몇 가지 복합적인 상황에 따른 결과기도 하다.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에 탑재된 ‘라이언 코브(Lion Cove)’ P-코어는 기존 ‘랩터 코브(Raptor Cove)’ 대비 같은 동작 속도에서 9% 정도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애플리케이션이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코어 i9-14900K는 최대 동작 속도가 6GHz에 달했지만 코어 울트라 9 285K는 최대 5.7GHz 정도로 약간 낮아졌다. 높아진 IPC가 낮아진 동작 속도에 상쇄되는 상황에서 상황에 따라서는 이전 세대에 성능이 역전되는 것도 아예 없던 일은 아니었다.

이런 문제는 2025년 데스크톱 PC 시장의 주류가 될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의 일반 제품군, 노트북 PC 시장의 주류가 될 코어 울트라 200H/HX 시리즈 제품들에서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나타난 여러 문제는 지금까지의 ‘인텔’답지 않았다는 평도 있었지만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했다. 한 번 잘못 잡힌 선입견을 바로잡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지만 이제는 PC 시장의 ‘주류’로 등장한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의 가치를 재평가할 때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