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급락에 휘청 삼성생명… 자본조달 묘수 고심 [삼성금융 2.0 ④]

삼성전자 주가 30% 넘게 빠지면서 삼성생명 지급여력비율 큰 폭 하락

2025-02-26     전대현 기자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회사의 건전성 관리 대책에 관심이 집중된다. 자회사 편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삼성화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데, 자금조달 방안을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회사의 건전성 관리 대책을 두고 관심이 집중된다 / 삼성생명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한 건 보험업법 규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삼성화재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보유 중인 자사주를 10% 이상 소각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삼성생명 지분이 기존 14.98%에서 17%대로 늘어나 법상 허용치를 넘어섰다.

현행 보험업법(109조)상 보험사가 다른 보험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15% 이상 초과 보유할 수 없다. 자회사로 포함될 경우 예외 사항에 해당돼 이같은 결정을 단행했다는 관측이다.

업계 화두 건전성 제고… 블록딜 처분익 활용하나 

이번 자회사 편입으로 삼성생명은 건전성 제고 효과를 얻었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한 뒤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면 삼성생명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이 제고될거란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잠정 집계된 삼성생명의 해당 비율은 180%대다. 평소 삼성생명은 200%대를 유지해 왔다.  

킥스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과 자본력을 보여주는 수치다.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등 요구되는 자본 대비 가용할 수 있는 자본이 얼마인지 나타낸다. 금융당국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킥스는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재무상태표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지분 50% 이상의 보험 종속회사를 보유한 보험사는 종속사 계정을 100% 합산해 산출한다. 지분 20~50% 미만 관계사를 보유한 보험사는 투자지분만큼 연결로 계상한다. 결국 지분이 20%를 넘겨야 건전성 제고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덕을 보려면 자회사 인수 후에도 최소 3%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화재 지분 3%를 매입하려면 대략 5480억원가량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두고 여러 의견이 제기된다. 우선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소각 절차에 따라 발생하는 지분을 활용해 삼성화재 지분을 매입할 수 있지 않냐는 주장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11월까지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절차를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 2월 12일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는 절차를 마쳤다. 당시 삼성생명은 늘어난 지분 425만주를 2377억원에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는 또 다시 3조원 규모 자사주 추가 매입을 결정했다. 구체적인 소각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중 5000억원은 임직원 상여 지급 등 주식 기준 보상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삼성전자가 매입 자사주 7조원을 전량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이 지분 처분금액으로 얻을 금액은 7923억원으로 추산된다. 법인 양도소득세(법인세 25%+지방소득세 2.5%)를 제할 경우 최대 처분 이익은 5740억원 수준이다. 해당 금액을 화재 지분 추가 매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최근 결산실적을 통해 단기적으로 삼성화재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일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발생한 금액은 배당에 활용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완삼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더라도 경영 활동 전반에 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삼성화재 추가 지분 확보는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지분 처분익은 배당 재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방법은 2018년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했던 것과 유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지분 목적 변경, 자본증권 발행에 무게

킥스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삼성전자 주가 급락이 크다. 지난해 6월말 8만15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는 12월말 5만3200원으로 35%나 빠졌다. 

삼성전자 주가 추이 / 구글 금융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가용 가능 자본도 대폭 감소했다. 삼성생명 운용자산 중 주식 비율은 17%에 달한다. 이중 삼성전자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삼성전자 주가 변동에 따라 킥스가 출렁거리는 이유다. 

삼성생명은 보유 삼성전자 주식을 '전략적 투자 주식'으로 재분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관련법상 보험사는 목적에 따라 주식 보유 형태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크게 전략적 보유 목적(매각하지 않을 주식)과 투자 목적(매각할 주식) 중 하나로 선택해 분류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목적을 일반주식에서 전략적 투자 주식 목적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변경할 경우 위험가중계수(충격계수)를 기존 35%에서 20%로 낮게 적용할 수 있다. 충격계수가 낮아지면 보유 주식에 따른 위험액이 줄어든다. 가용자본이 증가하는 효과가 난다.

후순위채 등 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건전성을 제고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해외 선진보험사들도 장기적인 주주환원 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자본 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삼성생명도 안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다.

원창희 삼성생명 RM 팀장(상무)은 "자본성증권 발행에 대해서는 외부 여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유불리 판단이 필요해 현재까지는 적극 검토한다 정도의 수준"이라며 "자본성증권 발행, 장기보유주식 지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