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오르는데… 줄어든 충당금, 괜찮나 [2024 금융실적 ⑥]

5대 지주 충당금 규모, 11조→8조원 수준으로 감소

2025-02-18     한재희 기자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역대급 실적 이면에는 전년 대비 급감한 충당금 규모가 있다. 기저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부실 여신 비율과 연체율 상승 등 위험요인이 적지 않은 만큼,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한다. 

/IT조선

18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5대 금융이 지난해 쌓은 충당금은 8조2805억원다. 이는 전년 대비 25.7% 감소한 수준이다. 흔히 대손충당금이라 부르는데 차후 부실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해 금융사가 미리 쌓아놓는다. 

KB금융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2조443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줄었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부동산PF 등의 신용리스크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여 적립한 선제적 추가 충당금의 효과와 은행이 차주 등급상향으로 연중 약 263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환입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조99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4%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1조3015억원으로 같은 기간 25.6% 줄었고 우리금융 역시 전년 대비 9.4% 감소한 1조7173억원을 기록했다. 농협금융은 전년 대비 41.7% 감소한 1조224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이어진 보수적인 대손충당금 인식에도 전년도 기저효과 때문에 올해 전입액이 줄었다는게 공통적인 입장이다.

다만 고정이하여신 비율과 연체율 등이 동시에 상승해 올해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리스크에 대비한 충당금을 전년 만큼 쌓아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은행의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상환에 문제가 생긴 여신을 뜻한다.

우리금융이 0.37%에서 0.57%로 0.20%포인트 오르며 가장 많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이 0.56%에서 0.71%로 0.16%포인트 올랐고 하나금융도 0.50%에서 0.62%로 0.12%포인트 상승했다. 농협금융과 KB금융은 각각 0.57%에서 0.68%로, 0.57%에서 0.65%로 0.11%포인트, 0.08%포인트씩 올랐다.

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은행과 카드사 등의 연체율도 모두 상승 추세다. KB국민은행은 0.22%에서 0.29%로 상승했고 신한은행도 0.26%에서 0.27%로 올랐다. KB국민카드 역시 1.03%에서 1.31%로 오름 추세 보였고 신한카드도 1.45%에서 1.51%로 집계됐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연체율은 0.30%로 0.26%에서 0.04%포인트 올랐다.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은 당국의 감독 권고치인 100%를 모두 웃돌았지만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은 고정이하여신과 비교해 대손충당금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금융이 220.1%에서 153%로 67.1%포인트 급감했고 신한금융이 183%에서 143%로 40% 가량 떨어졌다. 하나금융은 162.1%에서 128.7%로, KB금융이 174.5%에서 150.9%로 각각 33.4%포인트, 23.6%포인트씩 하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엔 PF 시장이 점차 안정화 되는 등 환입 효과 등이 있었고 각 금융사 모두 부실 여신 대비 보수적인 충당금을 쌓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올해 위험 요인과 시장 상황 등을 모니터링해 위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