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1위 수성 ‘KB’, 슈퍼앱 효과 빛 바랜 ‘신한’ [2024 금융실적 ⑦]
KB금융그룹이 디지털 측면에서 굳건한 1위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신한금융그룹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자사 ‘슈퍼앱’이 그룹 타 플랫폼 이용자들을 하나의 앱으로 흡수하면서 전체 이용자 수 증가세가 정체를 보였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지난해 4분기 기준 그룹 플랫폼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103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한 수치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신한금융그룹은 이용자 수 증가세가 둔화했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그룹의 전체 앱 총 MAU는 2724만명으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8%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이용자수 대신 가입자수를 공개하고 있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NH농협금융도 조금씩 디지털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하나원큐(은행)와 하나페이(결제), 두 앱을 주축으로 한 하나금융은 두 플랫폼을 합쳐 지난해 2560만명의 누적 가입자수를 기록, 전년 말 대비 11.3%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하나원큐가 1660만명(+7.8%), 하나페이가 900만명(+18.4%) 등이다.
NH농협금융그룹의 주요 플랫폼 가입자 수는 2377만명으로 지난해 말 2030만명 대비 17%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NH올원뱅크 1168만명(+13.6%) ▲NH페이 859만명(+25.6%) ▲나무증권 350만명(+10.4%) 등으로 집계됐다.
비은행 사업이 약한 우리금융이지만, 은행의 디지털 전환만 놓고 보면 우리은행이 하나은행이나 농협은행에 앞선다. 우리금융 은행 앱인 ‘우리원(WON)뱅킹’ 누적 가입자 수는 2161만명으로 전년 같은 분기와 비교해 4.3% 증가했다. 우리은행 역시 비대면 상품 가입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로 지난해 비대면으로 312만명(+16.8%)이 상품에 가입했다.
‘양날의 검’ 된 슈퍼앱… 차별화 전략 관건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금융권의 슈퍼앱 활용 전략도 고도화하고 있다. 신한금융이 지난 2023년 말 출시한 ‘신한슈퍼쏠(SOL)’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단 출시 1년 만인 지난해 말 가입자 수 608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공적인 안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하나의 앱에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진다는 건, 다른 주요 앱의 외면을 뜻한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진단이다. 실제 신한금융그룹 전체 플랫폼 MAU 중 비금융 플랫폼 MAU는 지난해 말 기준 408만명으로 전 분기 대비 14.3%,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신한금융 이에 대해 “슈퍼앱에서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체 앱 MAU가 증가할 만한 요인이 사라졌다”면서 “분기별로 MAU를 판단하기에는 (슈퍼앱을 출시한 후) 기간이 짧다”고 설명했다.
이에 다른 금융사에서는 기존 앱을 슈퍼앱으로 개편하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KB금융의 뱅킹앱인 ‘KB스타뱅킹’이나 우리금융의 ‘뉴(NEW) 우리WON뱅킹’ 등은 기존 은행앱을 고도화한 사례다. NH농협금융 또한 이달 초 기존 뱅킹앱인 NH올원뱅크를 슈퍼앱으로 개편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앱 MAU가 폭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품이나 기능이 추가되는 등 확연하게 달라지는 관련 이슈가 있어야 한다”며 “은행별로도 차별화된 상품보다는 비슷한 상품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가상자산거래소 제휴 등 획기적인 요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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