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직 걸고 환골탈태해야”

2025-02-19     김경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은행의 대규모 부당대출과 관련,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임기를 채워 직을 걸고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독당국이 지속적으로 우리금융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을 두고 ‘임종룡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진 후 처음 나온 입장이다. 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 후 취재진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 김경아 기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개 은행장 간담회 후 취재진을 만나 “금감원이 (임종룡 회장을) 그만두게 하려는 거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는 걸 저희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우리은행 부당대출 문제에 대해 “임종룡 회장이 직접 정리를 해야 한다”며 “우리금융에 파벌이 존재하고 내부통제가 틀어져 있는 상황에서 임 회장이 그만두면 거버넌스(지배구조) 관련 큰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임 회장이 임기를 채우면 좋겠다고 사석에서 많이 밝혔다”고 했다.
 

“임종룡, 직 걸고 체질 개선해야… 보험사 인수는 원칙대로”

이복현 원장은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은행) 행장이 본인들의 직을 걸고 조직의 체질 개선을 위해 환골탈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는 “1000억 단위의 금융사고들이 ‘뉴노멀’이 될 정도로 터지고 있다는 점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금융회사들한테 온정주의에 대한 경고를 했지만 거꾸로 금융회사들과 당국의 관계가 온정주의적으로 흘렸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초래한 거 아닌가라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임종룡 회장과 사이가 좋아졌으니 (임 회장이)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라며 “경영실태평가와 (보험사 인수 등) 자회사 편입 문제는 원칙대로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고, 경영평가 등급이 좋게 나온다 한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외연 확장을 마음껏 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IBK기업은행 부당대출 문제와 관련해서는 “결국 끼리끼리 문화, 온정주의 문화, 외연확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은행권 부당대출이 굉장히 심각한 만큼 아주 엄하게 보고 더 큰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은행에서 부당대출이 생기는 건 창피한 일이고 서류를 조작하는 등 (은행권 금융사고가) 용인하기 어려운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며 “ELS, DLF(파생결합펀드), 키코 사태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지난 20년 동안 금융사고가 터진 상황에서 한 번 더 저희가 (상품) 운영 방식을 점검해 봐야 되지 않나 싶다”고 했다.
 

“하나금융 ‘셀프 연임’ 오해 소지 있어… 금리 인하 효과 1분기부터”

이복현 금감원장(왼쪽)과 이호성 하나은행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경아 기자

이복현 원장은 이날 함영주 하나금융지주회장 연임 논란에 대해 “지배구조법 개정에 따른 책무구조도 등 다양한 제도들이 도입됐으나, 기간이 불과 한 2~3년 정도밖에 안 됐다”며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들도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많이 좋아졌지만 언론이나 국민들이 보기에 ‘셀프 연임’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지점들은 미리 규정을 정비하고 논의해 주주나 소비자들에게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 흐름이 올해 1분기부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당국 내에도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토스의 신용정보법 위반 관련 ‘봐주기’ 논란에 대해서는 “어느 분은 과하게 검사했다고 하고, 또 어느 분은 너무 봐준다고 한다”며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지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아울러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수수료 이슈에 대해서는 “시장 자율 원칙 측면에서 개별사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금융 당국이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금감원이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는데 카드사들이 단계적으로 애플페이를 도입했을 때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복현 원장은 “금융산업이 수십조의 이익을 거두는 번듯한 산업이 됐지만 과연 외연이 확장된 만큼 더 내부가 단단해지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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