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 오른 삼성생명법… 삼성전자 새 의장 과제로? [삼성금융 2.0 ⑤]
삼성 지배구조를 겨냥한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삼성 지배구조 혼란을 초래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거란 우려다.
27일 정치권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17일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보험사가 소유한 계열사 주식 및 채권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사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는 총자산의 3%다. 보험사들이 가입자 보험료를 통해 회사를 운영하는 만큼, 특정 회사에 편중된 투자로 발생할 수 있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라는 의도에서다.
다만 법조문에는 총자산과 주식 보유액 평가방식을 명시하지 않았다. 대신 '보험업감독규정'에서 총자산과 자기자본에 대해서는 시가를, 주식 보유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8.44%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시가로 평가할 경우 약 28조2000억원에 달한다. 총자산의 11.3%가 넘는다. 그러나 1980년대 취득가를 적용해 약 5401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자산의 0.1%에 불과하다.
만일 법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18조원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현재 삼성 핵심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뤄져 있다. 만일 삼성생명이 전자 지분을 처분할 시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현재 삼성은 금산분리 원칙으로 생명과 화재의 전자 지분 규모도 합산 10%를 넘지 못하는 제한을 받고 있다.
삼성이 지배구조 재편 과제에 직면하면서 향후 조직 의사결정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핵심 의사결정을 주관하는 이사진 진용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따라 향후 행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차기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금융통으로 꼽히는 신제윤 사외이사(前 금융위원장)가 올라온 것도 이번 일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신제윤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 신제윤 이사는 다음달 임기가 종료되는 김한조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의 뒤를 이을 거로 보인다.
신 전 위원장은 국제금융과 금융정책 분야에서 30년간 몸담은 정통 재무관료 출신이다. 국가 경제위기 때마다 전략가와 협상가로 맹활약하며 '금융위기의 소방수'라고 평가받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재부 국제업무관리관으로 재임하면서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성사시켰다.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이후 한국인 최초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의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특히 신 전 위원장은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해보험에서 5년간 사외이사 및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향후 삼성 금융의 지배구조 재편 과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신제윤 전 장관은 명망가 중에서도 톱티어로 특히 보험업과 금융업 이해도가 탁월한 인물”이라며 "금융업 전문가로 종사하다가 삼성전자 이사회에 자리를 옮긴 것에는 일정 부분 함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 역시 "삼성 내부적으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지주 전환은 필요하다는 의견"이라며 "신 전 위원장이 삼성 지배구조에 대한 해소방안 단초를 마련하는 등의 미션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고 전망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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