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단순투자’ 변경한 국민연금… 내달 주총서 주주권 행사할까

2025-02-25     한재희 기자

지난 몇 년 간 금융업계에서 주주권 행사를 활발히 해 온 국민연금이 하나금융지주 투자 목적을 하향 조정했다. 2년 만에 변경한 것인데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둔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하나금융 주총에선 함영주 회장의 연임이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나카드 본사 전경 /하나금융그룹

25일 전자금융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1일 하나금융지주의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 목적에서 ‘단순투자’ 목적으로 보유목적을 변경했다. 이에 앞서 19일에는 주식 75만2190주를 매입해 총 주식 보유 비율은 9.45%가 됐다. 기존 9.19%에서 0.26%포인트 늘었다. 보유 주식은 늘리면서 투자 목적은 소극적으로 바꾼 셈이다.

국민연금의 지분 보유 목적은 주주권 행사의 적극성에 따라 나뉜다.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고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수준이다.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단순투자와 비슷하지만 이사 선임 반대나 배당 제안, 위법 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를 통해 주주권을 행사한다. 지난 2018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 결정한다.

그간 국민연금은 금융지주 대주주로서 활발하게 의견을 펼쳐왔다. KB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의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유지하면서 지난 2023년 이들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있어 찬반 의견을 표출했다. 지난 2022년 함 회장 선임 때 국민연금은 ‘찬성’ 의견을 낸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의 지분 보유 목적은 일반투자였다.

이번 투자목적 변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내달 주총을 앞두고 있어서다. 주총에선 함영주 회장 연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함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하나금융의 주총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굳이 주총을 한 달 앞두고 투자 목적을 낮춘데다 지난 2022년 선임 당시에도 찬성했다는 점, 하나금융이 최근 기업 가치 밸류업 등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결정할 수도 있다. 함 회장의 채용 비리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에서 '기금운용규정' 따라 다르게 정할 수 있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해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한 사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전문위원회 회부할 것을 요구하는 사안, 그리고 ▲비공개대화 대상기업 선정, 비공개·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주주제안, 공개서한 발송 등은 수책위에서 결정하고 그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국민연금 측은 “투자 목적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밝히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안건 심의는 투자 목적과는 별개의 일”이라고 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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