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내려 잡고 기준금리 인하한 한은… “연내 1~2회 추가 인하”(종합)
기준금리 0.25%p 인하해 2.75%로 경제성장률 1.9%→1.5% 대폭 하향 “성장률 둔화, 구조개혁 게을리한 결과”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 우려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렸다.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사이 기준금리는 3.5%에서 2.75%까지 0.75%포인트 낮아졌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관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5%까지 내려 잡았다. 한은은 올해 1~2차례 더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 총재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재차 언급하는 한편 한국 경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대 기준금리 2년 4개월만… 추가 인하 시점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2.75%로 결정했다. 2%대 기준금리는 지난 2022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 배 경기 침체 우려가 강해져서다.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한은이 비공식적으로 제시한 전망치인 1.6~1.7%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0.2%에 그친다.
미 관세 정책과 무역 갈등이 더 심화하는 최악의 경우엔 올해 경제성장률이 1.4% 그칠 것이란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두고 2~3차례 인하(2월 결정 포함)를 단행할 것이란 시장의 전망과 같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할 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금융통화위원 2명은 향후 3개월 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도록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시기는 대내외 여건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시장에선 5월 이후를 점치는 분위기다.
윤여삼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완화 기대가 적어도 올해 2번 이상 기대로 확대돼야 한은이 2.25%까지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는 배경이 될 것”이라며 “3월 중 추경이 구체화될 경우 2분기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더 지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빠른 속도로 단행됐던 금리인하 사이클은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성장률이 더 하향 조정되더라도 한은이 금리인하를 많이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추경에 따라 지연될 수 있지만 5월 추가 인하를 통해 연말 기준금리는 2.5%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한은 총재의 쓴소리… 추경‧구조개혁 나서야
이날 이창용 총재는 올해 성장률뿐 아니라 내년 성장률(1.8%) 전망을 두고 그간 한국 경제가 구조조정을 게을리한 결과라는 쓴소리를 했다.
이 총재는 “과거 고도성장에 너무 익숙해서 1.8%라고 하면 위기라 하는데, 우리 실력이 그 정도”라며 “구조조정을 안 하고 기존 산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신성장동력을 키우지 않고 해외 노동자도 데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다”며, 1.8%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재정을 동원하고 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그러면 가계 부채가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등 나라 전체가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높이 성장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게 제가 계속해서 드리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부터 금리 정책만으로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경제 구조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추경에 대한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그간 ‘정치적 메시지’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치권에서 추경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거듭 냈다. 이날도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금리정책만으로 한계가 있으며 재정정책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금리정책만으로 경기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기준금리가 환율과 물가에 주는 영향이 확대돼 금융안정 기조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경제성장 흐름에서 가장 불확실한 변수로는 재정정책을 꼽으며 추경이 편성된다면 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추경 규모가 15~20조원일 경우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p)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