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신3사 ‘공공 입찰 담합’으로 억대 배상금 물어야

국회 “담합 고리 끊어야 국민 통신권 보장… 정부 엄벌 필요”

2025-02-27     김광연 기자

2019년 공공분야 전용회선(특정 가입자만 독점 사용하는 전기통신 회선) 사업 입찰 담합 혐의로 거액의 과징금을 납부한 통신사들이 추가로 억대의 보상금 철퇴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통신사들의 입찰 담합으로 피해를 본 정부 기관이 낸 여러 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26일 서울의 한 핸드폰 매장의 모습. / 뉴스1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월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재판장 한정석)는 2021년 대한민국 정부(병무청)가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를 상대로 제기한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KT는 2억8000여만원, SK브로드밴드는 1억여원을 정부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LG유플러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올해 1월 17일에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재판장 이상주)는 2021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를 상대로 제기한 2억7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억3000여만원을 진흥공단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10월 소송을 취하한 SK브로드밴드는 이번 배상 대상에서 빠졌다.

법원은 "통신사들은 정부와 입찰 계약을 맺을 때 법 위반 시 계약금액의 10%를 손해배상액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청렴계약서에 동의했다"며 "이를 근거로 정부에 손해배상금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통신사들은 해당 청렴계약서 조항은 약관법을 위반해 무효이고 조달청이 이 조항에 대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과 2017년까지 9개 정부 기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용노동부·우정사업본부·기상청·병무청·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국가정보자원관리원·한국마사회)이 발주한 12건의 공공분야 전용회선(특정 가입자만 독점 사용하는 전기통신 회선) 사업 입찰 관련해 담합을 벌였다며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세종텔레콤에 총 133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KT는 57억4300만원, LG유플러스 38억9500만원, SK브로드밴드 32억72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또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KT는 검찰에 고발됐다. 

통신사들은 입찰에 참여하기 전 이미 낙찰자를 정한 뒤 다른 업체들이 포기하는 방법 등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미리 금액을 짜고 낙찰가를 부풀리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사들이 9개 기관 12개 사업 수주로 벌어들인 돈은 16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9개 기관들은 통신사들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개별적으로 별도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KT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의 경우 지난해 4월 "KT는 12억원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배상하라"는 1심 판단이 나왔다. 

2024년 11월 기준 담합 관련 소송은 총 9건이며 손해배상 청구액은 72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손해액을 상향 조정하는 부처가 잇따르며 이를 반영한 전체 손해배상액은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 위반 시 계약금액의 10%을 내야 한다고 명시한 정부의 청렴계약서 내용에 따라 수주액의 10%인 160여억원까지 손해배상액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이정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통신사들은 과점 구조를 이용한 숱한 담합 행위로 최근 공정위로부터 최대 수조원이 넘는 과징금 납부 위기에 처했다"며 "시장 우위에만 의존해 소비자를 기만하며 안일하게 사업을 벌여온 것이 인과응보로 돌아온 셈이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수년간 관행처럼 반복돼 온 담합의 고리를 끊어야 국민 통신권도 지킬 수 있다"며 "공정위,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는 거대 통신사들이 짬짜미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히 엄벌하라"고 촉구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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