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SW협회장 “AI는 핵무기 같은 전략물자… 주권 달려 있어”
20대 회장 취임 간담회서 SW 산업 발전 비전·전략 제시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이 “인공지능(AI)은 핵무기처럼 우리나라 주권이 달린 국가 전략 물자”라며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준희 회장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제20대 회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AI 산업에 실패하면 주권도 잃어, (한국이) 선진국에서 중위권 국가로 밀려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제대로 된 국가 LLM 하나를 못 갖고 있다는 얘기는 앞으로 우리나라 역사나 문화, 전통, K-팝 등 한국에 대한 모든 정보가 해외 빅테크 기업의 LLM의 사상과 정의로 굴절되고 왜곡된다는 것”이라며 “국가 LLM 자체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기회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AI는 주권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준희 협회장은 2년 임기의 제18, 19대 KOSA 협회장을 맡았고 이번에 3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20대 협회장 임기는 주요 법정단체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이사회 의결을 통해 3년으로 결정됐다.
조 회장은 ‘한국형 LLM’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형 LLM이 글로벌공급할 수준은 불가능하더라도, 한국 LLM 시장만은 한국 기업이 선점할 것”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국형 LLM을 만들어 보급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화학, 조선, 중공업, 배터리 등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에 자사 데이터를 맡기는 것을 우려하기에 국내 ‘버티컬(산업 특화) LLM’ 시장은 무궁무진하다”며 “버티컬 LLM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기술 종속 문제에 대해 조준희 회장은 “대가를 나누는 체계를 빨리 만들어 미국 LLM 업체가 들어왔을 때도 대가를 내게 해야 한다”며 “인공지능 기본법의 시행령이나 세부 규칙을 만들 때 빅테크 기업에 대항할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희 회장은 “카카오 등 국내 AI 기업들은 (해외) 자본의 힘으로 성장하는 곳이 많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한국 LLM 시장 공략은 국민 기반 메신저 및 검색 기업이 갈 길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프라는 대기업이 공동투자를, 소프트웨어(SW)나 LLM은 개별 기업이 각자 만드는 방향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AI 국가대표 프로젝트인 ‘월드 베스트 LLM팀’의 구성 방향에 대해 조 회장은 “처음 국내 대기업들이 서로 정부 지원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할 때 ‘먼저 (협의체를) 만들라’고 했었다”며 “미국 빅테크 LLM과 제휴한 곳은 자격 요건에서 빠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오픈AI는 카카오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KT와 협업하고 있다.
AI 기본법이 시행되면 스타트업에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법이 통과하면 큰 기업이 유리해져, 생태계 차원에서 배려하고 예산 지원하는 정책과 병행해야 한다”며 “협의회에 대기업과 학계뿐 아니라 스타트업도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AI 사업의 예산에 대해서는 “(지난 20일) 3차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서 앞으로 AI 정책에 대해 ‘한국형 챗GPT 모델을 확보한다’고 발표했는데, 여야가 대치 중인 상황에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하려는 과기정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노력이 대단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조준희 협회장은 “(미국 기업) 테슬라만 해도 SW로 모든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한국에서도 다양한 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최소 30%의 역할은 할 것이지만, 이런 수치가 우리나라는 산자부와 과기정통부로 나눠져 통계가 안 잡힌다”며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넘어) ‘디지털AI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KOSA는 ‘초거대AI추진협의회’를 발족했으며, 현재 약 135개 국내 주요 AI 기업들이 협의사로 참여 중이다. 조준희 회장은 “협회 산하 초국가AI추진협의회가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카운터파트”라며 “개발자의 목소리를 잘 전달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게 협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에 KOSA는 SW산업의 대표기관이자 AI,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혁신을 선도하고 산업계를 이끄는 ‘정책 싱크탱크’로 거듭날 계획이다. SaaS 추진 협의회를 구성하는 한편, 중동시장 진출 등 글로벌 진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준희 회장은 “AI 인력을 대거 양성하는 것보다 필요한 AI 분야에 한해 집중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 인력을 뽑을 때 모든 수준의 인력을 뽑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뽑지 않아도 되는 영역이 생겼다”며 “기업의 수요와 인재들의 역량을 파악해 매칭할 수 있는 종합 플랫폼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