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가른 승자독식 구조… 상위 10개사, 총수익 80% 차지 [증권업계 양극화 ①]

대형사 10곳 영업수익 10년 새 24.8조→143조원으로 6배 급증 비대면 투자 시대 모바일앱 장악향… 사용자 수 크게 늘려

2025-03-10     윤승준

'Winner takes it all.' (승자가 모든 걸 차지한다)
증권업계도 승자독식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국내에 60여개의 증권사가 있지만, 흔히 말하는 기업금융(IB) 역할을 하며 제대로 돈을 버는 회사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는 것. 이러한 경향은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작금의 증권업계를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대형 증권사 10곳이 지난해 업계 전체 수익의 약 80%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이제는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셈이다. 디지털 금융을 바탕으로 브로커리지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결과다. 올해도 디지털 혁신 등이 업계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대형사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곳(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KB·메리츠·하나·신한·키움·대신)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총 143조790억원으로 증권사 60곳 전체 영업수익(183조1220억원)의 78.1%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2014년 영업수익 비중(55.2%)보다 20%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 조선DB 

10일 IT조선이 금융투자협회의 증권사 공시를 확인한 결과,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곳(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메리츠·하나·신한·키움·대신)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총 143조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60곳 전체 영업수익(183조1220억원)의 78.1%를 차지하는 규모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2014년 당시 이들 10곳의 영업수익은 24조8140억원으로 업계 전체 55.2%로, 절반을 갓 넘는 수준이었다. 이듬해 64.6%로 급증한 이후 지속적으로 덩치를 불렸고 2019년 70%대 후반을 찍은 뒤 현재는 80%를 넘보고 있다. 10년간 늘어난 증권사 전체 영업수익은 138조1292억원인데, 10대 증권사의 증가액이 118조2650억원으로 85%를 차지했다. 

대형사 쏠림 현상은 우선 주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에서의 점유율 확대가 영향이 컸다. 작년 말 대형사 10곳의 수탁수수료 수익은 4조3815억원으로 2014년 1조8202억원 대비 140.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증권사 전체 수탁수수료 수익 6조2434억원(90.1%)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이에 55.4%였던 대형사 10곳 비중은 70.2%로 15%포인트 늘었다.

이는 빠른 디지털 전환의 결과다. 대형사 10곳은 경쟁적인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확장으로 모바일 시장을 장악해 갔다. 앱 분석 통계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월 ‘증권·투자’ 앱 전체 사용자 수 1529만1249명 중 10대 증권사 플랫폼 25개의 사용자가 1191만4930명으로 사실상 절대적이다. 키움증권의 ‘영웅문S#’가 183만7256명으로 제일 많았다. 

대형 증권사 및 중소형 증권사 영업수익 비중 / IT조선

서학개미로 대변되는 해외주식 투자 열풍은 대형사 이익을 더 키웠다. 증권사 60곳 전체 외화증권수탁 수수료 수익은 2023년 6946억원에서 2024년 1조4431억원으로 1년새 2배 이상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대형사 10곳 증가액이 5752억원으로 약 80%를 차지했다. 나머지 증권사 중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 등 온라인 기반 증권사 2곳을 빼면 사실상 중소형 증권사의 해외주식 비중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대형사 쏠림 현상은 지속할 전망이다. 해외주식 투자 확대, AI 규율 체계에 따른 디지털 혁신 등 대형사에 유리한 사안이 올해 증권업 과제로 떠오르면서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해 6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의 개발비 총 지출액은 2807억원으로 업계 전체(3583억원) 약 80%에 달했다. 개발비는 MTS·HTS 등 전산시스템 개발에 투입한 비용으로 증권사들이 얼마나 전산시스템에 투자했는지를 나타낸다.

2024년 주요 증권사 영업수익 및 순이익 / IT조선

대형사는 올해도 호실적이 기대된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 증권사 6곳(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NH투자·삼성·키움·대신)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총 5조9884억원으로 전년(5조6643억원) 대비 5.7%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대형사는 큰 자본을 활용해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는 부분에서 우위에 있고 리테일이나 자산관리 네트워크 등에서도 우위를 선점해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극은 더 커질 것이다”며 “해외주식 투자 상품 서비스, AI 등 디지털 혁신 등이 중요한 상황에서 대형사들이 경쟁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