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증권사, 디지털 금융 인프라 고도화 해달라"
디지털 전환 및 기술 혁신, 자본시장 선진화 등도 당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들에 모험자본 공급을 통해 혁신성장을 견인하는 ‘본연의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디지털 전환과 기술 혁신’을 통해 증권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일관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5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금융당국과 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복현 원장을 포함해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주요 증권사 CEO 24명이 참석했다. 증권산업의 역할과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원장은 우선 모험자본 공급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이복현 원장은 “은행산업이 안정적으로 물을 제공하는 ‘견고한 댐’이라면 증권산업은 물길을 만들어가는 ‘혁신의 격류’가 돼야 한다”라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선제적이고 지속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미래 산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 단기수익 중심의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 신(新)산업분야 발굴, 투자방식 확대, 장기적 관점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등 지속 가능한 투자전략을 실행해야 한다”며 “금감원도 관계부처와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이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전환 및 기술 혁신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현재 국내 증권사는 자본규모와 수익성 측면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비해 열세에 있다”며 “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IB 업무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선진화도 짚었다. 이 원장은 “기업과 주주 간 투명한 소통은 투자자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기업은 의사결정 과정에 주주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책임 경영을 실천하고 증권업계는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기관투자자로서의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투자자 신뢰 회복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실패는 개별 금융회사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며 신뢰를 잃은 금융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며 “최근 투자자들의 해외 직접투자 확대와 증권업계의 자산관리 부문 성장 정체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권업계에도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는 만큼 증권업 ‘고유의 업무 특성’을 반영해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투자자보호 강화, 상시점검 체계 마련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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