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은행권 ‘슈퍼 주총데이’… 주주에 보고할 새 안건보니
25일 하나, 26일 KB·신한·우리은행 주주총회 열려
매년 3월이 되면 금융권을 비롯, 상장사들이 긴장 모드로 들어간다. 마지막주가 되면 으례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금융사도 마찬가지. 공교롭게 26일 다수 금융사 주총이 이날 몰려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신한‧우리‧메리츠금융이 오는 26일 오전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한 상장사인 카카오뱅크 역시 이날 주총을 연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보다 하루 전인 25일에 주총을 열기로 했다.
지배구조 개선 위한 이사진 재편… 다양성‧전문성 강화
주총을 앞두고 4대 금융지주는 사외이사 진용을 새롭게 꾸렸다.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23명 가운데 9명이 교체됐고 14명이 유임됐다. 기존 사외이사진을 유지해 안정적인 이사회 운영과 함께 전문성‧다양성 제고에 맞는 인물을 수혈했다는 평가다.
사외이사에 가장 많은 변화가 생긴 곳은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4명을 교체했다. 연이은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강화가 절실한 만큼 사외이사 교체로 쇄신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새롭게 추천된 이영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강행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김영훈 전 다우기술 대표, 김춘수 전 유진기업 대표는 금융·리스크 관리 등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인물들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번 개편을 통해 지주사와 은행의 사외이사 겸직을 해소하며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는 조치도 함께 이뤄졌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2명을 교체했다. KB금융은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이사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경제·회계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여성 사외이사 비율을 유지했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2명을 교체한다. 여성 사외이사의 비율을 업계 최고 수준(9명 중 4명)으로 끌어올렸다. 새로 추천된 전묘상 일본 스마트뉴스 경영기획부문장(일본 공인회계사)은 일본 금융권에서 회계 및 재무 전문가로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다. 양인집 어니컴 대표이사 회장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디지털 솔루션 등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이다.
하나금융은 신임 사외이사에 서영숙 전 SC제일은행 전무를 추천해 여성 이사를 늘리는 등 다양성을 확보했다.
카카오뱅크는 사외이사를 기존 5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신임 사외이사에 엄상섭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 유호석 전 삼성생명 경영관리 총괄 CFO(부사장), 김정기 전 하나은행 마케팅그룹 대표(부행장) 등 3명을 추천했다. 이들은 금융과 법률 전문가로 전문성과 내부통제 강화를 꾀했다.
‘금융사고’ 막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도 화두
이번 주총의 또 다른 화두는 내부통제 강화다. 지난해 시행된 개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라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
금융지주들은 모두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관련 정관 변경을 주총 안건에 올렸다.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 부분에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정책의 수립 및 감독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고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분기배당 관련 정관도 변경한다. 분기 배당 기준일 관련 법률 및 한국상장사협의회 표준정관 개정 내용을 반영해 3‧6‧9월말일부터 45일 이내의 이사회 결의로 배당기준일을 정해 분기배당을 할 수 있고 기준일을 정한 경우 2주전 공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주주환원정책 일환으로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기 위한 안건도 상정했다. 이를 통해 배당재원을 확대해 주주환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자본준비금 감액으로 증가하는 배당가능이익은 3조원 수준이며 비과세 배당금 재원으로 사용된다.
하나 함영주 회장‧카뱅 윤호영 대표 등 연임 이슈도
이번 주총에서 연임이 확정되는 함영주 하나금융회장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주목받고 있다.
1956년생인 함영주 회장은 올해 1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됐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해외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함 회장의 제재 수위를 ‘문책경고’에서 ‘주의적 경고’로 낮췄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은 제재 관련 리스크를 덜어내며 무리 없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부터 카카오뱅크를 이끈 윤호영 대표는 5연임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뱅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향후 성장과 혁신이 가속하는 이 시점에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미래 청사진을 완수할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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