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홈플러스 사태… 유통가 곳곳 덩달아 ‘긴장’

2025-03-07     변상이 기자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여파로 유통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협력업체들의 납품 대금 지급 지연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면서다. 일각에선 지난해 일었던 티몬·위메프 대금 미정산 사태가 홈플러스에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홈플러스노조가 6일 구조조정 결사반대 기자회견 중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에 제품을 납품 중인 주요 식품업들은 납품을 일시 중단하거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삼양식품·동서식품·오뚜기 등 주요 가전·식품업체 10곳 이상이 홈플러스에 대한 납품을 일시 중단했거나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과 팔도는 현재 홈플러스에 대한 납품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향후 납품 재개 여부는 홈플러스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 외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은 대금 관련 공문이 지연되고 있어 빠르면 주말 이후 공급 중단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일부 유통가에서는 홈플러스의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는 등 비용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에버랜드 등 홈플러스 상품권 제휴사들은 변제 지연 우려에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막았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이 지난해 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 부실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올 들어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을 강조하고 나선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덩달아 긴장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대금 정산이 향후에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며 “납품업체 모두가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실제 자금 회전이 빠듯한 중소 협력업체들의 경우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일부 입점 업체들은 1월분 대금을 아직 정산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홈플러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그간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 인수 후 협력업체 대금 지연 등 각종 잡음 흘러나왔던 가운데 이번 기업회생 절차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지난 6일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지금 현장에서는 회사가 언제 망할지, 폐점이나 정리해고로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직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도 “멀쩡한 매장을 다 팔아치우고 지속적으로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약화시켜왔다”며 “기업 사냥꾼 사모펀드에 의해 홈플러스가 산산조각날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정상 영업을 위해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불안감 잠재우기에 한창이다. 납품 중단 기업이 속출하자 기업 회생 절차 개시로 잠정 중단됐던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순차적으로 재개했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회생 절차 개시 결정문에 따르면 협력업체와의 일반 상거래 채권의 경우 지난 4일을 기점으로 이전에 발생한 것은 순차적으로 일정을 정해 전액 변제할 계획이다. 4일 이후부터는 납품사와 개별 계약에 따라 정상 지급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협력사들이 불안감 때문에 납품을 계속해도 될지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회사 측도 협력사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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