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본사가 한 일이라…” 구글코리아는 페이퍼컴퍼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막무가내식 뒤끝 외교를 이어가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을 제대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기업이 구글이다. 특히 구글의 한국법인인 구글코리아가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구글은 최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9년 만에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 데이터센터로 반출하게 해달라고 다시 요구했다. 앞서 구글은 우리 정부가 국가안보를 고려해 제안한 보안시설 가림(블러) 처리나 한국에서 제작한 가림 처리 영상 사용, 국내 데이터센터 사용 등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아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구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보복이라는 무기를 휘두르고 있고 우리나라의 외교 수장인 대통령이 탄핵 심판 중이라는 점을 이용해 이 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구글코리아가 완전히 발을 뺀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코리아는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는 구글코리아가 아니라 구글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식으로 회피한다. 구글코리아가 조세회피 논란을 피하는 방식과 같다. 구글은 자사 앱 마켓 구글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게임 등 앱 결제 수수료를 최대 30%씩 챙기지만 이 매출을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처리한다. 구글코리아의 매출로 잡히지 않는다.
구글에 필요하거나 불리해 질 수 있는 건 본사가 한다. 구글이 한국 창작 생태계 등에 기여한다는 생색은 구글코리아가 낸다.
구글코리아는 책임 없이 이익만 내고 있다. 한국재무관리학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구글코리아는 매출 축소를 통해 6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구글코리아는 이런 불리한 요소에는 일관적으로 본사가 하는 일이라거나 잘 모른다는 식으로 일관한다.
실제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개인정보 무단 사용, 권리침해 방치, 망 사용료 무임승차, 역외탈세, 먹통 방지대책 미흡 등 여러 논란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상임위원회 의원들의 지적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구글코리아가 국회 국정감사에 10년쯤 개근하고 있지만 같은 논란이 계속 나오는 배경이다.
구글코리아의 역할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구글코리아는 구글의 한국오피스가 아니라 구글코리아 유한회사라는 한국법인으로 김경훈 사장을 비롯한 한국인들이 다수 일하고 있다. 구글코리아가 실제로 발언권 없는 껍데기일 수도 있다.
그래도 문제다. 구글코리아라는 법인은 존재하지만 책임과 이익이 전부 본사로 돌아간다면 자율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와 다를 게 없어진다. 구글코리아는 한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생색만 낼 게 아니다. 이름만 존재하는 유령회사가 아니라면 지도 데이터 반출이나 조세회피 같은 논란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국 내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걸 설명해야 한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