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콜센터 도입 신한카드 이용해보니… 뒤죽박죽 대답에 그냥 끊기기도

2025-03-11     전대현 기자

"AI 상담사입니다. 궁금하신 사항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상담 업무 시간 외에는 답변이 어렵습니다. 뚜-뚜(부저음)" 

24시간 이용 가능한 신한카드 AI 상담사에 현재 사용 중인 카드 연회비 합계를 묻자, 몇 차례 엉뚱한 답을 내놓더니 이내 통화가 중단됐다. 대화가 될까 싶어 기다린 것도 잠시,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긴 것이다.  

/ 신한카드

신한카드의 AI 상담사는 지난 1월 카드업권 내 선제적으로 도입한 AI 콜센터 상담서비스다. 2023년 12월 구축 완료된 인공지능콘택트센터(AICC) 플랫폼을 활용했다. AICC는 AI를 통한 음성봇 및 챗봇 등이 소비자 질문에 답변하는 지능형 고객센터다.

고객 친화적 상담이 가능한지 한 번 활용해 보기로 했다. AI 상담사 연결까지는 대략 1분 정도 소요됐다. 카드사 사칭 등 소비자 피해에 유의하라는 안내 등을 들은 뒤 수화기 버튼 0번을 누르면 AI상담사와 연결되는 구조다.  

실제 체험해 본 AI 상담사는 학습 수준에 따라 서비스 편차가 컸다. 30여 차례 통화를 시도해 보니 같은 질문일지라도 통화할 때마다 답변 내용이 달라지기도 했다. 상담을 위한 본인 인증 절차도 중구난방이었다. 음성으로 본인 인증만 해도 상담이 가능한 경우도 있었지만, 생년월일이나 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에야 상담이 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소비습관에 따른 카드 추천을 부탁하자 문자메시지로 주소 링크를 전송했다. 음성 안내로 한계가 있는 내용들은 멀티모달(웹뷰를 활용한 업무 채널)등을 활용해 다각도로 소비자 편의를 제고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질문에 대해선 제대로 된 답을 내놓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최대 무이자 할부 제공 기간을 묻는 질문에는 "한도 상향이나 하향을 원하냐"는 답변이 반복됐다. 잘못된 답변이라고 알려줬지만 추가 교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ㅡ 실제 문답 내용

Q : "무이자 할부 기간을 알려줘"

A : "한도 상향이나 하향에 대한 안내를 도와드릴까요?"

Q : "아니오"

A : "그럼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Q : "무이자 할부 기간을 알려줘"

A : "할부금융이나 자동차할부금융에 대한 안내를 도와드릴까요?"

Q : "아니오"

A : "그럼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연회비 합계를 묻는 질문에도 답변이 계속 달라졌다. "내 연회비 합계를 알려줘"라고 묻자 AI 상담사는 연회비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기도 하고, 체크카드 연회비를 안내하기도 했다. 같은 질문에도 지속 다른 답변을 내놨다. 

ㅡ 실제 문답 내용

Q : "내 카드 연회비가 총 얼마야?"

A :  "죄송합니다. 조금 더 간단히 말씀해주시겠어요?"

Q : "내 카드 연회비"

A : "연회비 관련 문의, 연회비 환불 요청 등과 같이 말씀해주시겠어요?"

Q : "연회비 관련 문의" 

A : "서비스 연회비란 신용기능 이외 제조사 할인 및 포인트, 마일리지 적립 등 카드별로 제공되는 특별한 서비스로 인해 부과되는 연회비로, 카드별 제공 서비스에 따라 서비스별 연회비 금액이 산정됩니다. 네, 이번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답변 이후 추가 문의를 원하냐는 음성은 제대로 알아듣기 힘든 수준이었다. 음성 속도와 휴지(말하는 중간 쉬는 시간) 등이 일정치 않았기 때문이다. 성우들이 예능 프로에 출연해 AI를 성대모사로 흉내내는 수준의 목소리를 듣는 기분이었다.  

이는 음성합성 기술인 TTS(Text to Speech)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됐다. 감정, 억양, 강세 등을 자연스럽게 반영하기 위해선 음성 합성 모델이 문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추가 학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오픈AI Chat GPT나 구글 제미나이 등 고도로 학습된 생성형 AI에 익숙해진 젊은 층이라면 서비스 편차를 크게 느낄 것으로 생각됐다.

AI 상담이 추가되면서 일반 상담사와 바로 연결이 어려운 점도 불편했다. 현재 신한카드 고객센터 연결 시 일반 상담사와 직접 연결하는 선택지를 없애놨다. 일반 상담사와 연결하려면 디지털 ARS, 누르는 버튼 ARS, AI상담사에 연결한 뒤에야 가능하다. 

 신한카드 디지털ARS 앱 화면 / 신한카드 

 

디지털 ARS를 활용할 경우 상담사 연결 선택란이 하단에 위치해 찾기조차 어려웠다. 스마트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의 경우 상담원 연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현재 나머지 카드사들은 홈페이지 챗봇 등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AI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카드가 선제적으로 AI콜센터를 도입해 회사별 서비스 비교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답변 정확도가 보다 높은 대형언어모형(LLM)을 활용해 '아이쏠라'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활용해 대고객 상담을 50%까지 대체하겠다는 목표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