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단 고메즈 코히어 CEO “LG CNS와 AI 원팀 구성… AI 도입 가속화 기대”
창업 5년 만에 엔비디아(NVIDIA) 등으로부터 총 9억7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의 투자를 받고 55억달러(약 8조원)의 가치를 인정 받는 기업이 있다. 캐나다 기반의 글로벌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 ‘코히어(Cohere)’다.
LG그룹의 AX(인공지능 전환) 자회사인 LG CNS는 10일 코히어와 국내 최초로 AX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내 ‘에이전틱(Agentic) AI 시장’ 선점에 나선다고 밝혔다. 에이전틱 AI는 자율적으로 계획·실행·평가를 반복하며 스스로 판단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현시점 가장 주목받는 AI 트렌드다.
IT조선은 지난 6일 LG CNS의 AX(인공지능 전환) 세미나에서 에이단 고메즈(Aidan Gomez) 코히어 대표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트레이드마크로 늘 검은색 후드티를 입는 그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창업주를 떠오르게 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진요한 LG CNS AI센터장도 동행했다.
고메즈 대표는 LG CNS와의 파트너십 체결에 대해 “LG CNS는 이상적인 전략 파트너”라며 “양사가 협력해 산업 전반에서 AI 도입을 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에이단 고메즈 코히어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 전문.
―한국 AI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굉장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 친화적이다. 업무 과정에 AI를 채택하고 내재화하고 활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한 한국은 AI 재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투자한 비디오 AI 기업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국제적으로 사랑받으며 좋은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AI 스타트업이 자리잡을 때 국내에서 내실을 다지는 것도 좋지만 좋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기업 중 LG CN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LG CNS는 많은 기업 고객과 신뢰를 쌓고 있고 굉장히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수년간의 노하우를 활용해서 코히어에게 최대 성과를 낼 수 있는 단계가 구축돼 있고 우리가 가이드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또한 ‘LG 엑사원(EXAONE)’은 정말 환상적인 언어모델(LM)이다. 공동 고객들과의 미팅이 예정돼 있지만 코히어의 공식 한국 파트너는 LG CNS뿐이다.”
―구체적으로 LG CNS와 어떤 기술 협력에 나설 계획인가.
“먼저 한국 기업 맞춤형 에이전틱 AI 서비스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 LG CNS와 코히어의 에이전틱 AI 솔루션 ‘노스(North)’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커스터마이징해 기업 맞춤형 에이전틱 AI 서비스를 구축하고 온프레미스(개별 구축형) 방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LG CNS와 원팀을 구성해 코히어의 커넥터를 한국 고객사에 모두 맞춤화할 예정이다. 한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의 만족도도 향상할 것이다. LG CNS를 통해 한국 기업의 생산성을 10배 높이고 싶다.”
―이미 오라클 등 해외 기업들이 LG CNS에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협업으로 기존 기업과는 어떻게 다른 가치를 LG CNS에 제공해 줄 수 있나.
“오라클은 소프트웨어 빌트인 모델을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와는 완전히 다르다. LG CNS와는 대규모 솔루션 모델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기업 내부 인력이 복잡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자동화할 계획이다.”
―코히어의 한국 사업 확장 계획은.
“공식적으로 서울 사무소 설립은 인력을 먼저 채용한 후 발표할 예정이다. 점진적으로 사업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에 합류하는 AI 전문가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한국 AI 경쟁력이 캐나다와 비슷한 위치인데, 정부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AI 기업’을 키우기 위해 해야 하는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 내 (AI) 생태계 구축이 우선순위다. 한국은 AI 재능은 충분히 있어, 이제 자본이 중요하다. 초기 단계에서 생태계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첫 투자금만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총자본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환각 현상, 인간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출 수 있어”
―최근 출시한 에이전트 AI 플랫폼 ‘노스(North)’ 대해 설명해달라.
“2개월 전 출시한 노스는 작업에 12개월이 걸렸다. 노스는 오픈 플랫폼이라 기업이 어떤 툴을 써도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기업에 따라 업무 생태계가 고착화돼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유연하게 대처해서 연동할 수 있다.
코히어 내부에서는 세일즈부터 프로세스 혁신(PI)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으로 노스를 사용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금융과 이동통신 분야에서 노스를 이용 중이며 캐나다왕립은행(RBC)은 10만명이 넘는 임직원이 사용 중이다.”
―코히어의 플랫폼은 보안에 강점이 있는 걸로 아는데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데이터 보안을 유지해야 되는 고객사 쪽에서 외부로 데이터를 강제 유출하려 하는 경우가 있다. 굉장히 위험한 요구라고 생각하지만, 사내에서 데이터가 모두 흐를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같은 접근 방식을 사용하면 데이터 유출 가능성이 굉장히 낮아진다.”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 0이 될 수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범용 인공지능(AGI)이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하는가.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을 사용하면 환각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환각 현상이 줄어드는 걸 확인했다. 사람의 기억도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환각 현상이 완전 0% 수준에 도달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환각을) 인간과 매우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나은 레벨로 낮출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조성돼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주요 언론사들이 저작권 및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코히어에 소송을 걸었는데.
“소송이 진행 중이라 (관련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소송을 시작한 자체가 놀랍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호도되며 발생한 문제라는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다.”
―많은 AI 기업이 적자를 내고 있다. 짧은 시간에 높은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코히어가 앞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효율은 높이며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어 수익성 걱정은 없다. 향후 몇 년 안에 완벽하게 흑자전환이 가능한 건강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도 있다. (코히어를) 팔 생각은 없다.”
―코히어의 다음 단계가 궁금하다.
“코히어의 기술을 전 세계 AI 시장에 확장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는 항상 소비자 사업보다는 기업에 집중해 왔다. 기술이 기업 내에서 성장과 생산성을 촉진하고 그들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를 배포하고 시장에 진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우리 제품을 채택해서 사용하게 하는 거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