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적자기업 홈플러스서 9년간 9천억 받아
홈플러스, 배당금 857억, 비용 5224억, RCPS 상환 3067억 지급 차입금 위주 인수하고 이자비용 등 떠넘기며 실적·재무 악화 초래 점포 등 유형자산·매각예정자산·투자부동산 처분 규모 4조원 넘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이 홈플러스로부터 9년간 9000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금과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및 이자 비용 등을 더한 값이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적자가 지속되고 부채비율이 급등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하는 가운데서도 자금 회수에 몰두, 법정 관리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다. 차입금 상한선 등 사모펀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1일 IT조선이 홈플러스와 관련 기업의 최근 9개년도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홈플러스 등은 2015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9년 동안 MBK파트너스 SPC인 한국리테일투자에 9148억원을 지급했다.
홈플러스 지배기업으로 존속했던 홈플러스홀딩스(2020년 2월 역합병)가 2019년 2월까지 지급한 배당금 857억원, 홈플러스가 2020년 2월~2024년 2월 지급한 기타 비용 등 5224억원, 홈플러스가 2019년 2월~2024년 2월 지급한 RCPS 상환 3067억원 등을 합친 금액이다.
한국리테일투자는 홈플러스 주식 95.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2015년 8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됐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를 잇는 중간 지주회사다. 지배구조는 MBK파트너스 3호 사모투자전문회사 등 MBK파트너스가 운용하는 PEF 5개로 구성된다.
한국리테일투자가 9년간 홈플러스로부터 9148억원을 거둬들인 것은 MBK파트너스의 투자금을 회수 조치의 일환이다. 2015년 인수 당시 MBK파트너스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기존 차입금 1조2000억원 포함)에 인수했다. 이 가운데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된 대출 등 인수금융(차입금)으로 마련했고 나머지 2조2000억원은 기관 등이 참여한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 한국리테일투자는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국민연금 등을 대상으로 7000억원의 RCPS를 추가로 발행했다. RCPS란 채권·주식의 성격을 모두 가진 금융상품으로 일정 기간 후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 홈플러스가 홀로 빚을 떠안는 구조인 셈이다.
기형적인 차입 경영 구조에서 홈플러스는 매년 빚을 갚아야 했다. 2024년 2월 홈플러스 금융비용은 4573억원으로 인수 후 첫해인 2016년 2월(633억원) 대비 약 7배 증가했다. 2019년 2월 4270억원으로 급증한 뒤 매년 4000억원 수준이다.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홈플러스는 2020~2024년 5개년도 동안 네 번 적자를 봤고 이 기간 순손실도 총 1조5011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실적 개선에 손을 놓은 채 ‘알짜자산’을 처분하며 투자금 회수에 몰두했다는 점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홈플러스가 처분한 유형자산·매각예정자산·투자부동산 규모는 총 4조63억원이다. 안산점 등 점포를 9년간 142개에서 126개로 16개 줄였다. 매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점포를 서슴지 않게 정리하면서 매출액은 인수 전 2015년 2월 7조526억원에서 2024년 2월 6조9315억원으로 감소했다.
차입 위주의 경영과 실적 부진이 맞물리면서 재무 상태는 망가져 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408.6%였다. 이는 자기자본보다 부채가 14배 많다는 의미다. 2022년 2월 663.9%였던 것을 고려하면 약 3년 새 700%포인트 늘었다. 전체 자산 중 빌린 돈 비중을 뜻하는 차입금 의존도도 72.6%로 2021년부터 매년 증가세다. 반면 매출 대비 현금 창출력을 뜻하는 EBITDA/총매출액은 작년 2월 기준 4.6%로 5% 미만이었다.
재무 악화에도 MBK파트너스가 자구책에 나서지 않으면서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맞았다. 지난달 28일 한신평·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내렸다.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신용등급도 C로 떨어졌다. 자금 조달 길이 막히자 홈플러스는 4일 기업회생절차(법정 관리) 신청했다.
차입금 위주 인수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문어발식으로 업종 상관없이 레버리지바이아웃(LBO)으로 자금을 마련해 인수하고 차익을 실현하는 게 MBK파트너스 전략인데 경제에 좋은 영향을 못 주고 있다”며 “사모펀드가 LBO 차입금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상한선을 제도권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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