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형편 나아졌는데… 소비자 부담은 여전
자취 감춘 6개월 무이자 할부 저신용자 카드론 금리는 20% 육박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카드사 업황은 개선되는 추세다.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낮아진 영향이다. 반면, 소비자 부담은 여전하다.
과거 대다수 업종에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던 일은 옛말이 됐다.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도 여전히 높아 서민들의 숨통이 트이지 않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카드사가 발행하는 여신전문금융채권(AA+, 3년 만기) 금리는 3.01%다. 전년 동기 3.77%에 비해 0.76%포인트 낮아졌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카드사 비용 부담도 완화하는 추세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예·적금)이 없다.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금리가 올라갈수록 조달 비용도 커져 카드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이 앞서 세 차례 금리를 내린데 이어 연내 추가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카드사 형편은 더 나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여전채 금리수준이 지금과 비슷한(2%후반에서 3%초반대) 수준에서 등락하던 지난 2022년 3월과 비교하면 카드사들의 무이자 할부 정책에는 큰 차이가 있다. 당시 대부분 카드사는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했는데, 현재 6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는 카드사는 전무하다.
이달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무이자 할부 기간은 2~5개월이다. 그마저도 5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는 곳은 신한·삼성·KB국민카드에 그친다. 나머지 카드사는 최대 3개월만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5개월 할부를 제공하는 업종은 대부분 온라인 쇼핑업종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활용하는 ▲대형마트 ▲의류 ▲여행·항공·면세 등 생활업종에서는 대부분 3개월까지만 무이자할부가 가능하다.
카드사들은 부분 무이자할부를 운영하고 있다. 부분 무이자 할부는 할부 개월수에서 일부만 무이자 혜택을 받고 일부는 이자를 내는 서비스다. 가령 10개월 할부 시 1~4회차, 12개월 할부 시 1~5회차에만 할부이자를 적용하고 나머지는 무이자 할부를 적용하는 식이다. 기간에 따라 할부 수수료는 연 9~19%에 이른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론 금리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신용점수 700점 이하 카드론 평균금리는 17.68%다. 지난 1월 17.32%에 비해 오히려 금리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카드사 중 신용점수 700점 이하 카드론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우리카드로 19.13%에 달한다. 법정최고금리 20%에 육박하는 숫자다.
이어 ▲현대카드 18.61% ▲롯데카드 18.24% ▲비씨카드 17.84% ▲신한카드 17.4% ▲삼성카드 17.33% ▲KB국민카드 17.02% ▲하나카드 15.89% 순이다. 저신용 차주의 이자부담은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
카드사들도 할말은 있다. 카드업계는 여전채 금리 인하로 인해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대략 2~3개월 정도 시차가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자금 조달비용 부담이 완화됐다하더라도 금융당국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과거와 같은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즉시 제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카드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 방안의 발표 이후 4개월 뒤 금융당국은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0.10%P(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인해 카드사 연간 카드 수수료 수입은 약 3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아울러 애플페이 도입에 따라 추가 수수료 부담이 예견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맹점 수수료가 추가로 인하됨에 따라 카드사 본업인 신판사업에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을 즉각 반영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