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내수 강자 통신사, 글로벌 셀러 변화 시도 나섰다

자강·협력 두 마리 토끼 쫓자…업계 “빅테크에 협력만 하면 종속 우려”

2025-03-13     김광연 기자

내수 시장에서 통신만을 앞세워 돈을 벌던 이동통신사들이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을 내세워 '글로벌 셀러'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글로벌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AI 영역 혁신을 통해 '수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AI 원천 기술 개발 대신 남의 기술로 응용서비스만 하려 한다면 이는 절대로 공짜가 아니다"며 통신사들이 함께 손잡은 글로벌 빅테크·AI 관련 기업들에 향후 종속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민들이 2024년 12월 6일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 대리점을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거대언어모델(LLM)인 '에이닷엑스', KT는 AI 모델 '믿음', LG유플러스는 소형언어모델(sLLM) '익시젠'을 각각 개발했다. 모두 자체 개발했다는 점을 앞세운다. 현재 영업이익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통신 내수 시장이 수년 전부터 포화 상태에 이르자 AI를 발판으로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는 통신3사의 AI를 향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무대였다. 이 자리에서 통신3사 대표는 한 목소리로 자체 혁신을 통해 AI를 발판으로 수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비쳤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3월 2일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인공지능(AI)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며 "AI 데이터센터(DC), AI 기업 간 거래(B2B), AI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서 '돈 버는 AI'를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유 대표는 현재 740만명 정도인 자사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닷'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향후 1억명까지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단순히 국내에 머무는 게 아니라 해외까지 이용자를 확대해 서비스를 수출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섭 KT 대표는 3월 4일 "올해는 정말 (AI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반드시 만들도록 하겠다"며 "본격적으로 더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도 같은날 "통신시대에서는 통신 회사가 글로벌로 가기 굉장히 어려웠지만 AI 시대에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며 글로벌 진출 의지를 다졌다.

통신3사는 자체적인 혁신 의지 외 나란히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의지도 내비쳤다. 이미 글로벌화한 AI 영역에서 더 나은 도약을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해외 주요 LLM 업체인 앤트로픽, 퍼플렉시티와 협업 중이고 KT는 지난해 협력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AI 스킨십을 올해 강화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구글, 아마존웹서비스(MS)와 AI 협업을 선언했다.

잇따라 협업에 글로벌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된다. 통신사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유영상 대표는 "AI 관련해 자강과 협력 중 어느 것을 선택할까 엄청 고민했는데 우리는 진작부터 둘을 같이 하겠다고 했다"며 "협력만 하고 내 것이 없으면 궁극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영섭 대표는 "종속이 안 되면 좋지만 우리가 수준이 낮으면 빨리 배워서 빨리 따라잡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원천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서비스가 시작되면 그 이후부터는 글로벌 기업 요구대로 해줘야 한다"며 "AI 원천 기술 개발을 하면서 필요한 부분만 써야 한다. 그게 아니면 추후 의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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