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상자산 거래소 파산 시 이용자 보호를 위한 과제
최근 잇따른 가상자산 거래소 파산으로 이용자의 자산 보호가 중요한 법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거래소가 파산할 경우 법령에 따른 이용자 보호가 실질적으로 구현될지에 대해 시장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파산했을 때 가장 중요한 법적 문제는 이용자가 거래소에 맡긴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407조는 채무자의 소유가 아닌 자산에 대하여 환취권(반환 또는 인도를 요구하는 권리)을 인정하고 있으나, 가상자산이 ‘환취권의 대상인 재산’으로 명확히 인정되는지에 대해서는 법적 해석이 명확하지 않다.
2019년의 서울회생법원의 코인빈 사건 판결에서도 이용자의 가상자산 반환청구권을 환취권이 아닌 일반채권으로 분류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거래소가 이용자 자산을 분리 관리했다고 주장했으나, 계정별로 실질적인 분리보관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이용자들은 파산재단에서 일반채권자로 분류되어 실질적인 자산 회수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경험했다.
일반채권자는 파산절차상 우선순위가 낮아 자산 회수금액이 현저히 감소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거래소 파산 시 가상자산을 일반채권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는 이용자 보호가 실질적으로 어려워진다.
이에 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가 이용자의 자산을 회사의 자산과 명확히 구분하여 보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이용자보호법 제6조, 제7조 및 시행령 제11조), 이를 통해 거래소 파산 시 이용자 자산이 일반 파산재단에 편입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도산절연(bankruptcy remoteness)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장치가 실질적 보호로 이어지려면, 단순히 이용자보호법상의 의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채무자회생법 등 파산 관련 법령에서 거래소에 보관된 이용자 가상자산의 반환청구권을 명시적으로 환취권으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 파산절차에서 다시금 법원의 개별 해석에 따라 이용자의 지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거래소 파산 시 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한 명확한 제도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파산 시 이용자 자산이 일반 파산재단에 포함될 가능성을 감안해 이에 대한 대비로 가상자산을 별도의 신탁재산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실질적인 이용자 보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보호법과 함께 채무자회생법과 같은 파산 관련 법령의 추가적인 개정이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이용자의 가상자산 반환청구권을 환취권으로 명확히 인정하고, 이용자의 자산을 전문성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일괄 이전하여 반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가 선언적 의미로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보호법뿐 아니라 채무자회생법 등 관련 법제 전반에서의 유기적인 법 개정과 실무적 연결성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법률 간의 실질적 정합성을 확보하여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성을 제고할 입법적 논의를 본격화할 때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태림 법무법인 바를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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