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호텔’ 매각 만지작… AI 투자가 이유(?)
6G, 주파수, 위성, AI 등 투자 위해 실탄 확보 필요 '전임 CEO들 투자-매각 반복 행보'
KT가 소유하던 호텔들의 매각을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업계 일부에서 자산 매각 후 여러 논란을 낳았던 과거를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KT는 부동산 매각 자금을 밑천 삼아 인공지능(AI)과 같은 비통신 영역을 키우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부동산을 대거 매각한 2010년대 초반 내세웠던 기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KT는 지분 100%를 보유한 부동산 개발 전문 자회사 KT에스테이트의 ▲소피텔 앰배서더(송파구) ▲안다즈 서울 강남(강남구) ▲신라스테이 역삼(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중구) ▲르메르디앙&목시 명동(중구) 등 주요 호텔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호텔 등 부동산 사업은 KT에 그간 알짜배기로 통했다. KT는 한국통신 시절 각 전화국을 보유하면서 자연스레 전국 주요 지역 토지와 건물을 손에 쥐었다. 이후 지사 통합 과정에서 남은 전화국 부지에 빌딩, 호텔 등을 지어올리며 대박을 터뜨렸다. 일례로 장부가액 100억원 정도였던 옛 서울 송파전화국 부지에 송파빌딩 2개동을 지었고 2022년 감정평가액 8000억원을 기록했다. 리모델링 비용 4000억원을 고려해도 두 배나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잠시 주춤했던 호텔업도 최근 여행객들이 늘며 호황을 맞았다. 코로나 시기인 2020년 3600억원, 2021년 3353억원에 그쳤던 KT에스테이트의 매출은 2022년 4877억원, 2023년 5917억원, 2024년 6049억원까지 올랐다. KT는 지난해 분기보고서에서 "노보텔, 안다즈, 소피텔 호텔의 실적이 엔데믹 영향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매출과 이익 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KT가 이러한 알짜배기 호텔들을 팔려고 하자 최근 퇴직 임원들과 소수노조는 매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영섭 대표는 AI 등 향후 미래 먹거리 투자를 이유로 매각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3월 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에서 "KT가 앞으로 6세대(6G) 이동통신, 주파수, 위성, AI 등 투자할 곳이 많다"며 "부동산 유동화를 최적기일 때 시행하고 투자로 본업을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보유 부동산을 대거 매각한 이석채 전 회장의 일성과 결을 같이 한다. 이 전 회장은2009년 부임한 이후 "비통신 분야를 그룹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노량진·신촌·반포사옥 등 주요 39곳의 부동산을 매각해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다. 매각한 자금은 2010년 KT렌탈(현 롯데렌터카), 2011년 BC카드 인수 등에 쓰였다.
이 전 회장 부임 전인 2008년말 기준 KT의 토지면적은 757만5916㎡, 건물면적은 476만7837㎡이고 토지 공시지가는 5조4214억원, 건물 기초장부가액은 2조9215억원이다. 하지만 그가 물러난 2013년말 기준 KT의 토지면적은 619만8374㎡, 건물면적은 361만8705㎡이고 토지 공시지가는 4조1923억원, 건물 기초장부가액은 1조6328억원이다.
참여연대가 "부동산 28곳을 감정가의 75%만 받고 팔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이 전 회장을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당시 대내외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012년 연임에 성공한 이 전 회장은 결국 2013년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물러났다. 하지만 후임 황창규 전 회장이 비통신 대신 통신 경쟁력 확보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면서 2015년 KT렌탈(현 롯데렌탈)은 롯데그룹에 넘어갔고 KT는 사업 연속성을 꾀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이전에도 알짜 계열사 등을 시장에 내놓은 경험이 있다"며 "현재 KT 내에서 알짜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호텔 사업 아니겠느냐. 알짜를 내놔야 시장에서 팔린다"고 해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KT가 지난해 희망퇴직자 3000명 발생으로 앞으로 인건비를 상당 부분 줄였다"며 "추가로 호텔 등을 팔아 경영자 입장에서 흑자 전환 포트폴리오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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