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도 ‘이자장사’… 고객 예탁금으로 돈 굴려 짭짤 수익
예탁금 운용수익률-고객 지급 이자율 격차 갈수록 벌어져 NH투자증권 예탁금 이자 0.6% 업계 최저, 운용수익률은 3.76% 로 업계 톱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받은 투자자예탁금에 턱없이 낮은 금리를 적용, 이자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자수익을 더 내 보겠다고 예탁금이용료율을 깎기로 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17일 IT조선이 금융투자협회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확인한 결과, 작년 4분기 기준 증권사 39곳(외국계 제외)의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100만원 기준)은 평균 1.13%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1.17%) 대비 0.04%p 하락한 수치다. 3개월물 금융채 AA+급 금리가 현재 3%에 육박한다는 점과 비교해봐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고객이 증권 계좌에 넣어둔 예수금에 대해 증권사가 지급하는 이자율이다. 증권사는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이나 은행 등에 예치해 운용 자금을 돌려받고 그 수익을 투자자와 나눈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운용수익률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는 점이다. 실례로 이들 증권사 39곳의 예탁금 별도예치 운용수익률은 작년 4분기 평균 3.48%로 예탁금이용료율보다 2.35%p 더 높았다.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 증권사 10곳을 한정하면 격차는 더 크다. 이들 예탁금 운용수익률은 평균 3.58%, 예탁금이용료율은 평균 1.08%로 2.5%p 차이가 났다.
운용수익률과 이용료율의 차이를 회사별로 보면 NH투자증권이 3.06%포인트로 제일 컸다. NH투자증권은 작년 4분기 3.76%의 운용수익률을 거뒀음에도 투자자에게는 0.6% 밖에 돌려주지 않았다. 운용수익률과 이용료율 격차는 작년 1분기 2.88%포인트, 2분기 3.06%포인트, 3분기 3.14%포인트로 매분기 증가세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 계좌에서 주식 거래가 불가능해 주식 계좌가 별도로 있는 것이고, 자사는 보다 수익률이 높은 CMA 계좌로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며 “예탁금 이용료율보다 높은 CMA 금리(2~3%)를 받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이 2.67%포인트로 이자율 격차가 컸다. 운용수익률을 통해 3.72%를 올렸으나 이용료율로는 1.05%를 지급했다. 이 격차는 삼성증권 2.66%p, KB증권 2.65%p, 신한투자증권 2.61%p, 한국투자증권 2.54%p, 대신증권 2.53%p, 하나증권 2.45%p 순이었다.
증권사의 운용수익률과 이용료율 간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일부 증권사들이 이용료율 인하 행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iM증권은 전날 고객들에게 예탁금이용료율(평잔 100만원 초과)을 내달 14일부터 0.7%에서 0.6%로 낮춘다고 공지했다. iM증권 관계자는 “분기마다 예탁금이용료율을 산정하는데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운용수익률이 떨어진 것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SK증권·상상인증권 3곳은 연초 이용료율 인하를 마무리했다. 현대차증권은 1월 13일 100만원 초과 예탁금에 대해 이용료율을 0.75%에서 0.65%로 하향 조정했다. SK증권도 1월부터 예탁금이용료율을 기존 0.98%에서 0.52%로 내렸다. 상상인증권 역시 지난달 27일부터 위탁자예수금 이용료율을 2.75%에서 2.50%로 내린 상태다. 운용수익률이 하락해 이용료율을 낮춘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조정된 운용수익률을 공시하지 않아 선뜻 믿기 힘든 상황이다.
이를 두고 예탁금이용료율 산정 방식을 명확화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도 증권사들은 이용료율 산정 방식을 공시하고 있으나 산정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이 직접비인지 간접비인지 모호하고 공시내용이 증권사별로 상이해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탁금 운용수익률과 이용료율 간 격차는 예탁금 운용 수익에서 예금자보험료, 감독분담금, 지급결제 관련 비용, 인건비, 전산비 등 다양한 비용을 차감한 후 결정되는데 이러한 비용을 고려해도 운용수익률과 이용료율 간 큰 격차는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증권사의 예탁금이용료율 산정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 투자자들이 예탁금이용료율이 높은 증권사를 선택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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