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홈플러스 경영진, MBK책임론엔 ‘묵묵부답’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경영진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조주연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는 채권자들을 향해 “책임있는 자세로 모든 채권을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거듭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 언급되는 MBK파트너스의 ‘먹튀 논란’을 최대한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14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 등을 포함한 총 9명이 참석했다. 김광일 부회장과 조주연 사장 등 경영진은 간담회 시작과 동시 협력사 및 입점업체, 채권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조주연 사장은 “이번 회생절차로 인해 불편을 겪고 계신 협력사·입점주·채권자 등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많은 분들의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채권 지급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는 13일 기준 상거래채권 중 3400억원을 상환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유 중인 현금은 1600억원이다.
그는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은 곧 지급 완료될 것이다”라며 “매일 현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잔여 상거래채권 지급도 문제가 없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지급할 예정이다”고 약속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김광일 부회장을 향해 MBK파트너스의 경영 책임론과 관련된 질문이 몇몇 쏟아졌지만 김 부회장은 말을 아꼈다.
김광일 부회장은 “이 자리는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에 대해 궁금한 것을 답변하는 자리다”라며 “제가 MBK 임원인 동시에 홈플러스에 나와 있기에 MBK 질문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고객·협력업체·홈플러스 이해관계자들에 우리의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MBK파트너스에 있는 만큼 김병주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홈플러스 간담회에서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회피했다.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서 홈플러스를 10년간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김 부회장의 이 같은 답변은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를 결정한 것도 MBK파트너스인데다 회생 절차를 주도하는 주요 경영진도 MBK파트너스 출신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간담회 시작 전부터 본사 앞에 모여 MBK파트너스의 책임을 추궁했다. 이들은 회생절차 개시로 지급이 유예된 금융채권 대신 해당 전단채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우선 변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가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매하고 신용카드 회사의 채권을 증권사가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분이 상거래채권인지 금융채권인지 회사 입장에서 판단할 수는 없고, 이 거래가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법원에 정확히 설명할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남(법원과 채권단)의 손을 빌려 홈플러스를 안락사시키려 한다”며 “MBK를 제외한 직영 직원·협력업체와 직원·소비자 투자자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 경영 위기의 원인은 포화 상태에 이른 마트 산업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발생할 수 없는 홈플러스 구조 문제 때문”이라며 “이 책임은 매입 당시 차입한 비용에 대한 이자를 홈플러스에 떠넘긴 MBK파트너스에 있다”고 전했다.
실제 MBK파트너스 인수 전 9조원에 육박하던 홈플러스의 매출은 인수 후 6조원대로 하락했다. 2017년 6조6067억원, 2019년 6조4101억원 등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91억원에서 151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 시기에는 더 악화했다. 2021년 6조9662억원의 매출과 9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홈플러스는 이듬해 6조4807억원의 매출과 133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최근까지 계속 적자였다. 2022년 26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23년에는 1994억원의 손실을 냈다. 누적 적자는 5931억원에 달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크게 줄었다. 2021년 7864억원에 달하던 현금성 자산은 2023년 1558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유동부채는 1조8836억원에서 3조4962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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