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후변화 무시하면 2100년 GDP 21% 감소”
우리나라가 기후위기에 무대응 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21%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은행과 보험사 등 국내 금융기관들의 손실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18일 금융감독원과 공동 개최한 기후금융 콘퍼런스에서 이런 내용의 은행·보험사에 대한 하향식(Top-down)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한은은 기후 정책 추진 강도에 따른 실물경제·금융권 영향을 평가하고자 총 4개의 시나리오를 설정해 분석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았을 경우 2030년에는 GDP가 0.4% 증가하지만, 2050년을 기점으로 1.8% 감소해 2060년 -12.3%, 2100년 -21.0% 등 매우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반면 탄소중립(1.5도 대응)을 일정 부분 달성하는 경우엔 GDP 감소율이 2030년 –1.8%, 2050년 –13.1%, 2100년 –10.2%로 분석됐다.
이 같은 기후 리스크에 따른 금융기관 손실 규모를 추정한 결과, 무대응 시에는 고온·강수 피해 등 물리적 리스크로 인해 누적 45조7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우려됐다. 1.5도 대응에선 2100년까지 누적 27조원 내외의 손실이 예상됐다.
지연 대응의 경우 급격한 탄소 감축에 따른 전환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금융권 예상 손실이 약 40조원 규모로 추정됐다.
한은은 업종별 대응도 촉구했다. 만일 우리 정부가 향후 기후 대응 정책을 충실히 시행한다면 녹색 전환 비용이 많이 드는 철강, 금속가공제품, 시멘트 등 업종에 대해 리스크 관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
반대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식료품, 음식점, 건설, 부동산 등의 업종에 리스크 관리 강화가 요구된다. 정책 대응 부재로 이들 내수 업종에 대한 피해가 늘어난다면 해당 업종에 관련된 은행 신용 손실과 보험사 시장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중 한은‧금감원‧기상청이 구축한 공통 기후 시나리오를 개선하고 이를 금융사에 제공해 금융권 기후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에 나선다.
금감원은 기후리스크 감독 방향으로 저탄소 전환 자금의 원활한 공급 지원, 지자체‧지방 소재 금융사와 협력 강화, 전사적 기후리스크 관리체계 구축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후변화와 위협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의 삶과 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후 변화로 관련 상품의 가격이 급등하는 등 기후변화의 위협은 한국은행의 물가관리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 리스크로 인해 기존 금융시스템이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테일 리스크’가 무엇이며 잠재적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주목하고 있다”며 “적절한 정책이 시행된다면 금융기관의 손실을 일정 수준 내에서 관리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금융기관은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위험 관리자’로서 전환 리스크에 대해서는 ‘위험 수용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가 금융기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준비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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