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오너일가 지분 늘린 치트키, 자사주 매입

10년간 자사주 매입분 중 130만주 양홍석 부회장 등 오너에게 지급 10%였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작년 말 16%로 올라

2025-03-21     윤승준

대신증권 오너일가가 자사주를 활용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과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이 최근 10년간 회사로부터 자사주 130만주를 성과급으로 받으면서 오너일가 지분을 10%에서 16%로 올렸다.

흔히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통해 주식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이 방법 대신 회사 임직원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오너에게도 적잖은 주식이 흘러 들어갔다. 

IT조선이 18일 금융감독원에서 대신증권 공시를 확인한 결과, 대신증권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임직원 성과급 지급’ 등 임직원 상여금 목적으로 총 393만9329주를 처분했는데 이 중 양홍석(우측 하단 사진) 대신증권 부회장과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에게 총 130만6642주(비중 33.1%)를 지급했다. / 조선DB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임직원 성과급 지급’ 등 임직원 상여금 목적으로 총 393만9329주를 지급했다. 이 가운데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에게 64만8961주,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에게 65만7681주가 지급됐다. 오너 일가에게 배분된 주식이 총 130만6642주로 전체 33.1%에 달했다.  

이는 지배력 강화 효과로 이어졌다. 2014년 말 6.66%였던 양홍석 부회장의 지분은 장내매수까지 더해 작년 말 9.83%로 늘어났다. 이어룡 회장도 지분이 1.50%에서 2.57%로 커졌다. 두 사람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전체를 놓고 보면 이들 지분은 총 16.04%로 10년 만에 6%포인트 올라갔다.

대신증권이 이처럼 자사주를 상여금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그간 자사주를 대거 매입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양회문 전 회장이 작고한 이듬해인 2005년부터 2022년까지 자사주 2550만주(우선주 제외)를 취득했다. 취득예정금액을 명시한 2014년 이후만 놓고 봐도 총 1180만주에 1316억원의 회사돈이 쓰였다. 

덩달아 자사주 비중이 높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대신증권의 자사주는 1323만9133주로 전체 26.1%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25%)보다 높고 키움증권 5.5%, 한국금융지주 5.4%, 교보증권 1%, NH투자증권 0.2%, 삼성증권 0% 등 주요 증권사를 웃돌았다. 

자사주 소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자사주 매입의 경우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 주주가치 제고에 효과적이다. 밸류업 공시한 발표한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이 자사주 소각을 넣은 점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대신증권은 소각 대신 오너 일가를 비롯, 임직원에게 보상 차원으로 지급을 했다. 

대신증권 자사주 성과급 및 최대주주 지분. / IT조선

대신증권은 임직원 인센티브를 현금대신 주식으로 지급한 것일 뿐, 문제될 건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인센티브를 주식으로 대체해 책임 경영 차원에서 지급한 것으로 기업지배구조법에서도 권고하고 있는 방법"이라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기자본이 줄어드는데 초대형 IB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자본을 줄이면 성장성이 약화돼 소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규정상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제도 운영상 허점이 있을 수도 있는 만큼, 재고의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임원 보수 한도 안에 있다면 법령 위반 사항은 아니다”라며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알고 있으나 상법 제도 등 큰 틀에서 살펴봐야 문제라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얘기해야 하는 사항이고 그 부분에 대한 법률안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기업들이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경영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이사회의 독립성 여부가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사회가 지배주주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주주의 입장을 반영해 그게 적정한 보상인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3분의 1이 대신증권의 두 사람에게 갔다면 그들이 회사에 기여한 몫이 그 정도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독립성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