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C 2025가 보여준 미래 지도 ‘AI와 양자컴퓨팅 융합’ [윤석빈의 Thinking]
엔비디아가 매년 개최하는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는 단순한 기술 행사가 아니다.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HPC), 그리고 이제는 양자컴퓨팅까지 아우르는 기술의 나침반이자 미래의 이정표다. 2025년 GTC는 필자는 직접 방문은 못하고 유튜브 등으로 콘퍼런스를 시청했다. AI와 양자기술의 융합이라는 흐름이 본격화되는 것을 개인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2025년 GTC의 핵심은 단연 AI였다. 그러나 AI는 단순한 생성형 기술이나 챗봇을 넘어, ‘산업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of Industry)’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I는 새로운 공장”이라 말하며 제조, 금융, 바이오, 우주 등 모든 산업군이 AI 팩토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GTC 2025에서 발표된 새로운 AI 슈퍼칩인 ‘블랙웰(B100)’은 이전 세대보다 최대 4배 빠른 추론 성능을 제공하며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산업 응용의 실시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이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AI 도입을 넘어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AI 추론·학습 인프라를 통합한 ‘AI 팩토리 아키텍처’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에서는 AI가 설계→시뮬레이션→생산→품질검사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GPU의 병렬 연산 성능은 절대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GTC 2025에서 주목할 만한 발표 중 하나는 제너럴 모터스(GM)와 엔비디아의 협력이었다. 양사는 AI, 시뮬레이션, 가속 컴퓨팅을 활용해 차세대 차량, 공장, 로봇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GM은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을 활용해 조립 라인의 디지털 트윈을 생성하고, 가상 테스트와 생산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산 중단 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또한, GM은 향후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과 차량 내 향상된 안전 운전 경험을 위해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차량용 하드웨어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러한 협력은 AI 기술이 자동차 제조 공정과 차량 자체의 혁신을 어떻게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GTC 2025에서 AI 못지않게 주목받은 분야는 바로 양자컴퓨팅이다. 특히 가장 혁신적인 세션은 엔비디아와 주요 양자컴퓨팅 기업들(IBM 퀀텀, 구글 퀀텀 AI, 아이온큐 등)의 협력을 통한 '퀀텀 AI 얼라이언스' 발표였다. 이 얼라이언스는 양자컴퓨팅 하드웨어와 AI 가속기 간의 효율적인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엔비디아는 ‘큐-큐브(Q-Cube)’라는 새로운 양자 시뮬레이션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며 양자기술과 GPU 기반 슈퍼컴퓨팅의 융합을 본격화했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가 다룰 수 없던 복잡도 문제—예를 들어, 신약 개발의 단백질 접힘 예측이나 고분자 재료의 특성 분석, 그리고 AI 모델의 학습 최적화 문제—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양자 하드웨어는 아직 실용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양자-고전 하이브리드 시뮬레이션’을 통해, GPU 상에서 양자 알고리즘을 테스트하고 실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시했다. 즉, 양자컴퓨팅은 단기적으로는 AI의 가속기 역할을, 장기적으로는 AI 자체를 재정의하는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다. 향후 5년은 AI-양자 하이브리드 모델이 활발히 연구되고, 산업 적용 가능성이 검증되는 기간이 될 전망이다.
GTC 2025가 제시한 청사진은 단순한 미래 예측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미래’에 대한 경고에 가깝다. 대한민국 정부는 현재 양자 국가 전략을 수립 중이고, 민간에서도 AI 슈퍼컴퓨터에 대한 투자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AI와 양자기술을 하나의 연결된 프레임으로 보고, ‘AI+양자 연산 테스트베드’, ‘AI팩토리 클러스터’, ‘양자 알고리즘 스타트업 육성’ 등 실질적인 융합전략이 필요하다.
GTC 2025는 단지 AI 기술의 발전을 보여준 자리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AI와 양자컴퓨팅은 더 이상 분리된 개념이 아니다. GTC 2025가 제시한 비전은 AI와 양자컴퓨팅이 단순히 기술적 도구가 아닌 문명적 전환의 축이 됨을 시사한다. 대한민국은 반도체·클라우드 분야의 강점을 활용해 AI-양자 융합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민간-학계의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2025년은 AI가 인간의 인지 방식을 재정의하고, 양자컴퓨팅이 물리적 한계를 붕괴시키는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서막이 될 것이다. 기술 패러다임의 재편 속에서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과감한 R&D 투자와 크로스오픈 협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윤석빈 트러스트 커넥터 대표는 서강대 AI·SW 대학원 특임교수로 투이컨설팅 자문과 한국 블록체인 학회 이사, 법무 법인 DLG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오라클과 한국 IBM 등 IT 업계 경력과 더불어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 산학협력 교수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