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교수 “양자컴퓨터 활용해 혁신 신약 개발 가능”

2025-03-23     김동명 기자

기술 발달로 인해 헬스케어 분야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양자컴퓨터가 산업계에 본격 도입된다면 인류의 미래를 바꿀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정재호 연세대학교 교수(연세대 양자사업단장)는 최근 글로벌 헬스케어 컨퍼런스 ‘메디컬 코리아 2025’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정재호 연세대학교 교수(연세대 양자사업단장)가 메디컬 코리아 2025’에 참석해 양자컴퓨팅과 헬스케어산업의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 김동명 기자

현재 연세대는 인천 송도에 위치한 글로벌캠퍼스에 127큐비트(양자컴의 기본단위) 양자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컴퓨터는 IBM이 제작한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으로, 미국·캐나다·독일·일본에 이어 다섯 번째로 도입된 장비다.

정 교수는 연세사이언스파크 추진본부장 겸 융합과학기술원장를 역임하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 및 치료기술 연구에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난치병을 해결하는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 교수는 “혁신 바이오 의약품이 수 십억원에 달하는 이유는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며 “기술 발전으로 신약 탐색 기간이 줄면 당연히 비용도 낮아져 적절한 의약품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계산적 과정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문제 등이 해결돼 친환경적이고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서야 한다는 숙제는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토론토대학교와 AI 신약 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이 16큐비트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KRAS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검증까지 성공한 사례를 들었다.

이는 기존 AI 기반 신약 개발 방식보다 효율성이 20%개선된 결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양자 컴퓨터의 실용성을 입증한 대표적인 연구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지난해 연구에 사용된 16큐비트 컴퓨터 대비 연세대의 127큐비트 컴퓨터 성능은 단순한 8배 차이가 아니라 2의 127승과 2의 16승 간의 차이”라며 “이를 생명공학 영역에 활용하게 되면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낼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연세대의 양자 소프트웨어 연구진, 세브란스병원의 암 연구자들, 영국 케임브리지대 밀러 연구소와 협력해 난치성 위암의 새로운 표적 단백질을 발굴하는 등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현실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양자 과학기술 경쟁력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중국(70점), 일본(30점)과 비교하면 한국은 2.7점 밖에 안되는 수준”이라며 “하드웨어적인 문제도 있지만 대체로 양자컴퓨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아직까지 양자 컴퓨터 이용 비용이 상당하지만, 연세대는 교육 및 연구 목적으로 저렴하게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라며 “클라우드 기반 양자 컴퓨팅 서비스을 통해서도 접근 가능해 다양한 기관이 경제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리가켐바이오를 비롯해 인천 소재 바이오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암환자 및 난치병을 위한 혁신신약 후보물질 탐색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인간은 도구를 가졌을 때 이를 활용한 가장 잘하는 무언가를 찾게 된다”며 “양자컴퓨터는 혁신 의료 기술의 가격을 낮춰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헬스케어 분야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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