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5G 태동기 대비 설비투자액 2조1686억 줄였다
소비자, 여전히 5G 속도 개선 원하나 ‘요원’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가 곧 수익과 직결됐던 5년 전 설비투자(CAPEX)에 의욕적이던 통신사들이 정체기를 맞은 최근 통신 시장에서는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총 CAPEX가 5G 태동기인 2019년보다 2조1686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5G 속도 개선을 바라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통신사들은 더는 고수익을 노릴 수 없는 통신 시장에 힘을 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24년 통신3사 CAPEX를 단순 합산하면 6조6107억원이다. SK텔레콤(SKT) 2조3900억원(연결 기준·SK브로드밴드 포함), KT 2조2999억원(별도 기준), LG유플러스(별도 기준) 1조9208억원이다.
SK텔레콤의 CAPEX는 2023년(2조7400억원) 대비 3500억원(12.8%) 줄었고 KT는 2023년(2조4116억원) 대비 1117억원(4.6%) 감소했다. LG유플러스는 2023년(2조5143억원)보다 5935억원(23.6%) 줄었다.
5G 태동기로 본격적인 투자가 진행된 2019년만 해도 각사 CAPEX를 단순 합산하면 8조7793억원에 달했다. SK텔레콤 2조9140억원(별도 기준), KT 3조2568억원(별도 기준), LG유플러스 2조6085억원(연결 기준)이다.
통신사 CAPEX에 급감한 이유는 통신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5G 태동기인 2019년 즈음만 해도 새 가입자 유치에 목을 맸지만 가입할 만한 사람은 이미 가입한 현 통신 시장에서는 투자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이에 통신사들은 빠르게 인공지능(AI) 등 비통신 영역 개척을 위해 발길을 돌렸다.
2019년말 기준 467만명 정도였던 5G 가입자는 올해 1월 기준 3584만명까지 증가했다. 2019년말 전체 무선 이동통신 가입자 6889만명 가운데 5G 비중은 전체의 6.8% 정도였지만 올해 1월에는 전체(5694만명)의 63%까지 비중이 늘었다.
지난해 통신사들이 통신 시장에서 가져간 수익은 큰 변화가 없다. 지난해 통신사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사물인터넷 제외)은 2023년보다 더 떨어지거나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SK텔레콤의 2024년 4분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사물인터넷 제외)은 2만9495원으로 2023년 4분기(2만9566원)보다 떨어졌고 LG유플러스의 2024년 4분기 ARPU(사물인터넷 제외)는 3만5356원으로 2023년 4분기(3만5532원)보다 떨어졌다. KT만 2024년 4분기 ARPU(사물인터넷 제외)가 3만4567원으로 2023년 4분기(3만4302원)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큰 차이는 없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향후에도 5G 경쟁력 및 네트워크 품질 개선을 위한 필수 투자 등을 위해 추가적인 CAPEX 지출이 필요하나 예상 규모 및 일정, 자금조달 등의 계획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유동적이다"고 밝혔다.
KT는 "2025년 CAPEX는 2024년 수준과 유사하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향후 시장 상황 등에 따라 CAPEX 예측은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2025년에는 네트워크(NW) 품질향상을 위한 유·무선 투자 및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신사업 등에 대한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사업계획 내에서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4세대 이동통신(LTE) 때와 큰 차이가 없는 5G 속도에 불만이다. 한 소비자는 "5G 태동기만 해도 통신사가 '5G 속도는 4세대 이동통신(LTE) 대비 20배 빠르다'고 강조하며 가입자를 모아놓고 막상 가입 후에는 속도 개선 등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다"며 "특정 사람이 많은 지역을 가면 꼭 5G 신호가 끊기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5G 서비스 품질불만을 주장하는 일부 가입자는 이미 SK텔레콤, KT, LG 유플러스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한 상태다.
KT의 경우 관련 소송 7건 모두 1심 진행 중으로 소송가액은 6억500만원이다. KT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이번 소송) 패소 시 5G 서비스 가입자 전체에 대한 배상으로 이어져 상당한 규모의 배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속도 관련해 허위·과장·기만 광고를 벌인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2023년 7월 과징금 약 139억원을 부과 받았다. 이와 관련해 통신3사는 공정위 행정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5G 시작 시점에는 대폭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현재 5G 요금제를 쓰는 입장에서 서울 시내만 해도 5G 신호가 제대로 안 잡히는 곳이 수두룩하다"며 "최근 통신사들이 설비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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