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IT] 젠슨 황과 양자 컴퓨팅 논쟁

2025-03-26     권용만 기자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기 시작한 ‘인공지능(AI) 시대’ 화제의 중심에는 ‘엔비디아’가 있다. 엔비디아의 창립자이자 CEO인 ‘젠슨 황’의 영향력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서 그가 기조연설에 나선 엔비디아의 연례 행사인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5’를 향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올해의 GTC는 엔비디아가 GPU와 그래픽 업계를 벗어나 더 넓은 세계에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선언’의 느낌도 있었다.

이번 ‘GTC 2025’에서 또 다른 화두는 ‘양자 컴퓨팅’이었다. 젠슨 황 CEO는 이번 행사에 마련된 ‘퀀텀 데이’ 무대에 오르면서 양자 컴퓨팅 시장에 큰 충격을 줬던 지난 1월 자신의 발언을 꺼내 들었다. 젠슨 황은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무대”라며 지난 1월의 “유용한 양자컴퓨터의 등장은 10년은 짧고 30년은 길고 대략 20년쯤 걸릴 것”이라는 발언을 되새겼다.

그러면 과연 젠슨 황은 이 주장을 굽혔을까? 개인적인 감상이라면 다들 자신들의 입장에서 타당한 발언을 했지만, 무대에 오른 양자 업계의 리더들은 젠슨과 무대를 지켜보는 참가자들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이 무대가 끝나고 관련 주식들이 추가적으로 떨어졌다는 점도 이를 반영한 것 아닌가 싶다. 젠슨 황의 “양자 컴퓨팅 관련 기업들이 상장돼 있는 줄 몰랐다”는 발언은 듣는 입장에 따라서는 또 다른 공격으로도 보일 정도다.

아직 양자 컴퓨터는 성숙하지 못한 초기 단계고, 앞으로 긴 발전의 여정을 지나야 한다. 지금까지 고전적인 컴퓨터가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 시대를 거쳐 초미세공정 시대로 접어드는 과정을 본 사람들이라면 양자컴퓨터가 가야 할 길도 한없이 멀어보일 수밖에 없다. 양자컴퓨팅 업계가 5년 뒤 2030년 100만 큐비트 시대의 ‘변곡점’을 이야기하지만, 이 또한 이제 갓 수백 큐비트를 보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실제 눈 앞에 오기 전에는 믿기 힘든 큰 규모의 스케일 업이다. 

양자 컴퓨터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그 규모가 남다르다. 현재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여러 방법들은 이미 여러 가지 의미로 물리적인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의 초전도형 양자컴퓨터는 동작을 위해 ‘절대영도’가 필요하며, 100만 큐비트 시대에는 비현실적인 크기의 냉각 장치 혹은 ‘상온 초전도체’가 필요하다고 한다. 상온 초전도체의 존재도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신소재가 필요할 지 모를 100만 큐비트 양자컴퓨터도 참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물론 현재의 양자 컴퓨터도 분명 그 가치와 가능성을 꾸준히 증명해 내고 있다. 향후 양자 컴퓨터는 기존의 컴퓨터와 함께 활용돼 기존 컴퓨터의 약점을 보완하는 ‘가속기’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엔비디아 또한 ‘엔비디아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 설립을 알리며 양자 컴퓨팅 업계와 대립이 아닌 ‘동반자’로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러면 지난 1월의 발언은 뭐가 문제였을까? 사실 아무도 잘못한 게 없을 수도 있다. 엔비디아는 현재의 GPU 컴퓨팅 시대를 위해 20년 이상 투자했고, AI 시대도 ‘알렉스넷’이 고양이를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 노력하던 때부터 현재의 ‘생성형 AI’ 까지 10여년을 함께 했다. 그리고 아직 양자 컴퓨터의 ‘100만 큐비트’ 시대를 위한 변곡점은 너무도 멀어 보인다. 젠슨 황의 “내게는 20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발언도 충분히 납득된다. 

사실 문제는 외부일 수도 있다. 차세대 ‘양자 컴퓨팅’에 대한 큰 기대만큼이나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었을 수도 있다. 당장 젠슨 황의 한 마디에 주가가 반토막이 나는 데는 외부의 너무도 큰 기대와 조급함 등이 모두 만난 결과로 볼 수도 있겠다. 실제 5년 뒤에 상온 초전도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100만 큐비트는 꿈 같은 존재로만 남을 수도 있다. 앞날은 아직 알 수 없고, 양자 컴퓨팅 업계도 이번 무대에서 앞날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유명인의 말 한마디에 심하게 흔들리는 주가가 이 업계의 ‘미성숙함’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까.

권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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