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기업은행 전·현직 직원 연루 부당대출 882억 적발

빗썸·농협 단위조합에서도 부당대출 발견

2025-03-25     한재희 기자

기업은행에서 지난 7년간 900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사고액 240억원보다 600억원 이상 더 많은 규모다.

/ IBK기업은행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25일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 브리핑을 열고 기업은행에서 임직원의 가족·친인척, 입행 동기, 거래처 관계자 등 이해관계가 있는 자와의 관계 등을 통해 총 882억원(58건)의 부당대출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대출 잔액은 535억원으로, 이 중 95억원(17.8%)이 부실화됐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융업은 고객 돈으로 영업하는 비즈니스로 ‘선관주의’가 매우 강하게 요구된다”며 “그런데도 금융사들이 이해 상충, 내부 부당거래 등 방지의무를 선언적으로 규정해 조직 관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은행 검사 과정에서 당사자뿐 아니라 은행 차원의 조직적인 은폐 정황이 있었다”고 했다.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업은행에서 14년간 근무한 뒤 퇴직한 직원인 A 씨는 부동산개발을 비롯한 다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기업은행에 재직 중인 배우자, 지인 등 28명과 공모하거나 조력을 받아 2017년 6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약 7년간 785억 원(51건)에 달하는 부당대출을 받았다. 

또 A씨는 부당대출 관련자들에게 15억7000만 원에 달하는 금품 수수와 골프 접대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기업은행 현직 직원들(심사센터장·일선 영업점 팀장)의 97억 원 부당대출 사례도 추가 적발하는 등 이 은행에서만 882억 원의 부당대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이후에도 사고 내용을 금감원에 허위·축소 보고하거나 자체조사 자료를 고의로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사고를 은폐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해당 부서에선 지난해 8월 부당대출 관련 비위행위 제보를 받고, 자체 조사를 통해 다수 지점 및 임직원이 연루된 부당대출, 금품수수 등 금융사고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지점 여신 관련 검사방안 등 검토 결과'라는 별도 문건을 마련해 사고를 은폐·축소를 시도했다. 

지난해 12월엔 이 문건 내용을 실제 실행한 후 지난해 12월26일에서야 금감원에 금융사고를 허위·축소·지연 보고했다. 

이밖에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임차 사택 제도를 운영하면서 전현직 임원 4명에게 임차보증금 116억원에 달하는 고가 사택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사택을 받은 임원이 스스로 자신의 거래를 승인하거나 사택 임차를 가장해 개인분양주택 잔금 납부를 목적으로 한 임차보증금을 지원하다 적발됐다.

아울러 농협 단위조합에서 10년 이상 해당 조합 등기업무를 담당한 법무사 사무장이 조합 임직원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5년(2020년 1월∼2025년 1월)간 부당대출 1083억 원(392건)을 취급한 사실도 확인했다.

금감원은 관련 내용에 대해 6월 말까지 내부통제 실태 점검에 착수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 금감원은 또 금융사 자체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이해 상충 방지 등 관련 업계 표준 기준 마련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