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키움 오너 2세 김동준, 키움證 사내이사로… 경영 능력 시험대
김익래 前 회장 장남, 26일 정기 주총서 사내이사 선임 확정 현재 대표 맡는 두 회사 실적 지지부진 한계
키움증권이 다우키움그룹의 오너 2세인 김동준 키움프라이빗에쿼티(PE) 및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 경영권 승계를 공고히 했다.
키움증권은 다우키움의 캐시카우와도 같은 회사다. CEO가 아닌 사내이사라 해도 오너 일가인 만큼, 회사에서의 영향력은 그 어느때보다 확고해 진 셈이다. 다만 승계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나 오너일가 배당 확대 등의 논란이 불거졌던터라 경영 능력으로 이를 잠재워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전날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동준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김동준 대표는 김익래 전 회장의 장남으로 2014년 다우기술 이사로 그룹 경영에 처음 참여했다. 이후 다우데이타 전무 등을 거쳐 2018년 키움인베스트먼트, 2021년 키움PE 대표직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키움증권 이사회는 김 대표에 대해, “미국 유학 등을 통해 전문지식을 습득했고 삼일회계법인, 다우기술, 다우데이타에서 근무했고 키움인베스트먼트 및 키움PE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회계 및 금융 전문가”라며 “높은 전문 역량으로 기업가치 상승에 기여하고 높은 사업 이해도 및 경험에 기반해 향후 회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돼 후보자로 추전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키움증권 내 입지는 단순히 오너일가라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대표로 재직 중인 키움PE가 최근 키움증권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또 이사회 의장인 이군희 사외이사(서강대 교수)가 3월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면서 향후 이사회 장악의 길도 열리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았다. 계열사 내부거래와 배당 확대를 통해 ‘김동준 중심의 체제’를 공고히 다진 게 대표적이다.
다우키움그룹 지배구조는 크게 ‘가족회사’ 이머니를 정점으로 ‘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으로 이뤄진다. 금융데이터베이스(DB) 판매사인 이머니의 최대주주가 33.13%를 보유한 김 대표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모기업인 다우기술에 전산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817억원을 지급했다. 이 기간 다우기술이 올린 매출액 3173억원의 25.8%를 차지한다. 이는 IT업체를 계열사로 둔 다른 증권사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규모다. 지난해 삼성증권은 삼성SDS에 546억원, DB금융투자는 DB Inc에 184억원, 한화투자증권은 한화시스템에 91억원을 각각 지불했다.
배당금을 포함하면 내부 조달 자금 규모는 더 커진다. 다우기술은 키움증권 보통주 지분 42.31%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키움증권은 지난해 다우기술에 배당금 341억원을 지급했다. 올해 주당 배당금(보통주 7500원)을 대폭 늘리면서 총 860억원의 배당금을 건넬 예정이다.
키움증권을 통해 체력을 키운 다우기술은 최대주주인 다우데이타(지분 45.20%)에 지난해 배당금 142억원을 지급했고 올해는 주당 배당금을 700원에서 1400원으로 두 배 늘리면서 배당금 284억원 지급을 앞두고 있다. 별도 순이익 686억원 중 배당금 재원만 604억원이다.
다우데이타는 최대주주 이머니(지분 31.56%) 등 특수관계자 6인이 지분 62.36%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이들에게 61억원을 배당금으로 건넸다. 앞선 두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주당 배당금을 올리면서 올해는 109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별도 순이익 108억원보다 많다.
키움PE 19억원 적자 전환… 경영 능력 의문
결국 관건은 김 대표의 경영능력이 될테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적으로 봤을 때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 대표가 이전에 경영을 맡았던 키움PE와 키움인베스트먼트 모두 뚜렷한 경영 실적을 내지 못해서다.
김 대표가 이끌고 있는 키움PE는 지난해 19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2년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취임 첫해인 2021년 167억원이었던 순이익은 2022년 118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이듬해 흑자로 전환했으나 그 규모는 58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수익도 2021년 252억원, 2022년 53억원, 2023년 129억원, 2024년 85억원으로 취임 당시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각자 대표로서 재직 중인 키움인베스트먼트도 비슷하다. 2021년 192억원이었던 영업수익은 3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2022년 102억원까지 줄었다가 2023년 156억원, 2024년 199억으로 가까스로 취임 때 수준을 회복했다. 순이익의 경우 2021년 93억원에서 지난해 5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키움증권에서 김 대표) 역할은 이사회에 들어가서 결정될 것 같고 사내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며 경영 능력 의문에 대해서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회사(키움PE와 키움인베스트먼트)를 맡아서 한 것이고 부임 기간 VC 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용자산은 많이 늘었는데 그 부분은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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