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테스트 앞둔 韓…앞서가는 中・미적대는 美, 차이는?
내달 일반 국민 10만명 대상 테스트 착수 ‘감시통화’ 될까 우려에 국민청원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내달 CBDC 실거래 실험에 나선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한은의 CBDC 실거래 실험 ‘프로젝트 한강’의 시작을 앞두고 KB・신한・농협・하나・우리・기업・부산은행 등 7개 은행이 예금 토큰 거래 참여 고객 모집을 시작했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은이 발행한 예금 토큰의 금융기관 간 자금거래 및 온오프라인 결제등의 작동 여부를 확인해 보는 실험이다. 일반 참가자 10만명을 대상으로 오는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3달간 진행된다.
한국은 글로벌 기준으로 CBDC 개발 속도가 빠른 국가에 속한다. 한은은 2018년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했으며, 2020년에는 전담 조직을 신설해 두 차례의 모의실험과 파일럿 테스트를 완료했다. 이번 실거래 테스트는 기술적 검증을 넘어 금융 인프라와 실생활 적용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는 단계다.
이미 테스트를 마치고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국가도 있다. 중국은 2014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CBDC 연구를 시작했으며, 이후 디지털 위안화(e-CNY)를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로 테스트하고 상용화 전 단계까지 도달했다. 나이지리아, 자메이카, 바하마 등도 자국 통화를 기반으로 한 소매형 CBDC를 정식 도입했다.
반면, 일부 국가는 CBDC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술적 성숙도가 아직 충분하지 않으며, CBDC가 기존 금융 시스템 전반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다는 점 때문이다. CBDC가 전통 금융을 보완할 수 있을지, 또는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CBDC 반대론자들이 가장 강하게 지적하는 부분은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다.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직접 발행하고 운영할 경우, 개인의 모든 거래 기록이 실시간으로 추적될 수 있어 정부의 과도한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스위스, 독일 등은 현재 소매형 CBDC의 도입 여부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도매형 중심의 개발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경우 정부의 감시 문제와 관련해 저항이 크다. 미국은 지난 2016년 연방준비제도의 주도로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준이 의회 승인 없이는 CBDC를 개발할 수 없도록 저지하는 ‘CBDC 감시방지법(Anti-Surveillance CBDC Act)’ 이 통과되는 등 반대의 목소리가 제법 크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이후로는 CBDC 개발은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달러 패권 강화를 외치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1’을 발행하는 등 CBDC와 민간 디지털 화폐 간의 경쟁 구도에서 스테이블코인 진영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는 “트럼프의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는 ‘달러 패권 강화’”라며 “스테이블코인은 미 국채의 주요 고객으로, 트럼프는 스테이블코인과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는 CBDC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CBDC 실거래 실험을 앞두고 반대 여론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 실험 추진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2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프로젝트 한강’이 개인의 금융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실험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록됐다.
해당 청원인은 “CBDC의 도입은 국가의 통제력이 강화되고, 개인의 재정적 자율성이 축소될 위험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명확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청원을 통해 그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이틀만에 청원 요건 5만명 중 2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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