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인수 지연에… 어깨 무거운 이문구 동양생명 사장
동양생명 이사회, 이문구 대표 재선임
우리금융으로의 피인수를 앞두고 있는 동양생명이 이문구 대표를 재선임했다. 우리금융의 임직원 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이슈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매각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일단 이 대표 임기를 추가로 연장, 남은 작업의 마무리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
28일 동양생명에 따르면 회사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문구 대표를 1년 더 재선임하기로 했다.
1965년생인 이문구 대표는 ▲동양생명 GA본부장 ▲CPC부문장 ▲영업부문장▲ FC부문장 등을 역임한 영업전문가다. 지난해 2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문구 대표가 처음 선임될 당시, 업계에서는 회사 매각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통상 동양생명은 대표 임기를 3년으로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새로 선임된 이 대표는 이례적으로 1년 이라는 짧은 임기를 받았다. 동양생명 대주주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매각을 진행할 적임자로 이 대표를 선택했다는 후문이었다.
실제 이문구 대표는 취임 6개월만인 지난해 8월 우리금융지주와 매각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우리금융은 이사회를 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식발표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이 손태승 우리금융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 논란으로 동양생명 인수가 불투명해졌다. 조사에 착수했던 금감원은 올해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결과에 대해 그룹 전체의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측면 등에서 미흡사항을 확인, 우리금융에 경영실태평가 3등급 부여했다.
통상 금융사가 자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동양, ABL생명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가 경영 건전성 개선 등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내줘야 한다.
금융위는 금감원으로부터 심사 의견을 전달받은 뒤 이를 바탕으로 오는 5월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결국 우리금융의 동양, ABL생명 최종 인수 여부는 5월이나 돼야 알 수 있게 됐다.
이문구 대표는 올해 우리금융 인수추진단과 지속 소통을 이어갈 전망이다. 우리금융 자회사 편입에 따라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동양생명 내부적으로도 우리금융 인수를 기정 사실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희망퇴직 규모 ▲본사 이전 논의 ▲임금 협상 ▲업무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논의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성대규 우리금융 인수단장이 이끄는 인수단과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 동양생명은 금리 인하와 더불어 금융당국의 할인율 규제 강화에 따라 자본적정성이 지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문구 대표가 매각 관련 사항 외에도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제고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문구 대표는 올해 주총 참석해 "지속 성장, 비용과 업무의 효율화, 자본 건전성 강화, 적극적인 AI(인공지능) 기술 활용, 긍정적 기업문화 구축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전략을 기반으로 사업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의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 이문구 대표가 짊어진 무게가 상당할 것이라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동양생명은 뤼젠룽 전 대표, 저우궈단 전 대표 등 외국인이 대표를 맡아 왔는데, 지난해부터 한국인 대표를 선임하면서 내부 소통이 이전보다는 수월해 진 것으로 안다"며 "통상 금융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희망퇴직 규모 등 내부적으로도 논의돼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아 이문구 대표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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