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무너진 내부통제… 5조 회계오류에 불완전판매 논란까지
2019~2023년 영업수익 5.7조원 과다계상에 금감원 감리 검토 최근 5년간 한투證 기관 제재받은 임직원 25명으로 업계 1위 600억원 전액 손실 펀드 불완전판매 의혹도 리스크
한국투자증권이 연초부터 뒤숭숭하다. 대규모 부실 공시에, 불완전판매 논란까지 불거지면서다. 가뜩이나 제재도 많이 받았던 금융사라 내부통제에 구멍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높다. 하지만 이를 통제해야 할 책무구조도 마련은 감감 무소식이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이 정정 공시한 5개년(2019~2023년) 사업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한국투자증권을 회계심사 대상으로 올릴지 검토에 들어갔다.
회계심사란 재무제표 등의 회계 처리를 회계기준에 맞게 작성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로 여기서 위반사항을 발견하면 회계감리로 넘어간다. 감리 결과, 위반사항이 중대하거나 고의적이라고 판단되면 제재를 받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양쪽(영업수익·비용)으로 잡혀서 당기순이익에는 영향이 없으나 금액이 크고 외부에서 봤을 때 회사 외형이 커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심사에 나설지 고민 중”이라며 “감리 과정에서 확인해봐야 알겠으나 중과실 이상으로 판단하면 제재 수위가 셀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5개년 사업보고서의 영업수익과 영업비용을 정정해 공시했다. 정정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의 5년간 영업수익은 약 5조7332억원, 영업비용은 5조7332억원씩 각각 감소했다. 실수라고 보기에는 엄청난 규모다.
영업수익을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0조2769억→10억326억 ▲2020년 15조9548억→15조3148억 ▲2021년 13조57억→12조4305억 ▲2022년 23조7575억→21조6689억 ▲2023년 21조5391억→19조3540억원으로 바뀌었다.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외환거래이익(영업수익) 및 외환거래손실(영업비용) 상계 조정에 따라 손익계산서를 정정했다”고 해명했다. 회계 기준상 넣지 않는 회사 내부 발생 부서 간 거래의 외환손익을 재무 회계에 포함하면서 영업수익·비용이 과대계상됐다는 것이다. 5년간 외환거래이익은 정정 공시 전후 14조6117억원에서 8조8784억원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회사측은 단순 실수라고 하나 정정 금액이 5조원대인 만큼 금감원 감리를 피하길 힘들 전망이다. 금감원 양정기준에서 고의성만큼 과실 성격과 과실에 따른 결과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전례도 있다. 2021년 2월 키움증권은 2015~2019년 사업보고서 5개년 실적을 기재 정정해 ‘기관주의’와 함께 과태료 1600만원 제재를 받았다. 당시 키움증권이 과대계상에 따라 축소 수정한 재무제표상 영업수익 규모는 5281억원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키움의 10배가 넘는다.
전직 임직원 기소에 불완전판매 의혹 발생
한국투자증권은 가뜩이나 기관 제재가 잦은 금융사다. IT조선이 주요 증권사 9곳(미래에셋·한투·NH·삼성·KB·하나·신한·키움·대신) 사업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수사·사법기관과 행정기관(금융위·금감원·거래소 등)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해당 증권사 소속 임직원은 총 76명인데 이 중 한국투자증권이 25명으로 가장 많았다. 2위 KB증권(13명)과 거의 두 배 차이였다.
올해도 심상치 않다. 24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리 의혹을 받는 임직원 2명이 불구속 기소되며 재판에 넘겨졌다. 전 PF본부장 임원과 전 PF본부 소속 직원 2명이다. 이들은 2021년 2~7월 부동산 PF 시행사 A사가 요청한 초기 사업비가 PF 본부의 대출 한도인 30억원을 초과하자 그 부족분을 무등록 대부업체 B사에서 빌리도록 중개했다. 규모는 20억원이다. 이 과정에서 제한이율을 초과한 이자 22억원(연 112%) 22억원을 수수하도록 중개했다.
불완전판매도 리스크도 불거지고 있다. 2019년 6월 한국투자증권 100% 자회사 한국투자신탁(현 한국투자리얼에셋) 직원들이 ‘한국투자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벨기에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선순위 대주의 청산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직원은 투자설명서를 교부하지 않고 판매하기도 했다. 벨기에 펀드는 전액 손실된 상태다. 판매 규모 600억원. 피해자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했다.
벨기에 펀드 피해자 대책위는 “벨기에 정부가 임차한 건물에 투자하므로 안전하고 안정적이라는 설명을 반복하며 전액 손실 위험을 숨긴 채 투자자를 기망했다”며 “고위험 후순위 대출 구조였고 선순위 대출자에 의한 강제 매가이 발생할 경우 후순위 투자자는 전액 손실을 떠안는 구조였음에도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구조적 위험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의 내부통제 관리는 감감무소식이다. 우선 임원들의 내부통제 역할을 명확히 해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는 책무구조도 제출조차 요원하다.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현대차증권·IBK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경쟁사 8곳이 최근 금감원에 책무구조도 초안을 제출한 것과 상반된 행보다. 금감원은 내달 11일부터 시범운영을 하고 7월부터 증권사 책무구조도 도입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미흡한 내부통제 관리 지적에 “정책당국의 지침에 맞춰 책무구조도를 준비하고 있고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짧게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