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 관세 여파에 '덜덜'… 삼성·SK하닉, 대미 투자엔 '신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부터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 부과 의지를 재차 확인하자 반도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미국 내 추가 투자를여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진 모양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6일(현지시각)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를 4월 2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각국의 관세·비관세장벽·환율·부가세 등을 모두 고려한 '상호관세'도 모든 국가에 부과한다. 철강·알루미늄에 이은 3번째 품목별 관세다. 트럼프는 다음 타깃으로 반도체에 구체적인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우리나라는 국내 대미 반도체 수출 비율 메모리 비중의 80% 육박한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2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력 수출 품목이 메모리 반도체인만큼 관세 부과 시 메모리 부문에서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을 구축한 상태다. 투자액은 총 370억달러(약 54조원) 규모다. 공장 가동은 2026년이 목표다. 지난해 말 바이든 정부때 보조금을 받기로 합의하면서 이뤄졌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시기인 바이든 정부때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원)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패키징 생산 기지를 짓기로 했다. 2028년 가동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투자는 모두 바이든 정부 시절 이뤄졌기에 트럼프 관세를 피하기 위해 환심을 사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선행한 상태라 추가 여력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양사 현재 중국 시안과 우시·다롄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신중론을 펼칠 수 밖에 없다. 실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주총에서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4월 2일이 돼야 정리된 정책이나 방향성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이 나오면 그때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고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다며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호무역주의적 성향이 강한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에 직접 생산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수천, 수만의 일자리를 생기게 하는 걸 원하기 때문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AI 반도체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진 시점인 만큼 추가 투자 등 대책 마련을 시급해 해야하고,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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