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경영승계 논란 해소 위해 증여 결정”

2025-03-31     이성은 기자

한화그룹은 31일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지분 증여에 대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신속히 해소하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한화그룹

정상적이고 필수적인 사업 활동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한화오션 지분 인수가 승계와 연관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나섰다는 게 한화그룹의 설명이다.

한화는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면서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다”며 “이번 지분 증여로 승계가 완료됨에 따라 시급하고 절실한 대규모 해외 투자 목적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를 승계와 연결시키는 억측과 왜곡은 불식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날 김승연 회장이 ㈜한화 지분을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에게 각각 4.86%, 3.23%, 3.23%씩 증여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증여 후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 등이다. 세 아들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이번 지분 증여로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42.67%가 돼 경영권 승계가 완료된다.

앞서 시장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일반 주주를 희생시켰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현금흐름이 양호한 상황에서 자체 투자금 마련이 아닌 주주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는 유상증자를 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면서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앞서 한화그룹은 각 계열사로 분산된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모았다.

한화그룹 계열사 4곳은 2023년 5월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 확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월 10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 한화에너지(2.3%)의 한화오션 보유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거래는 3월 13일 이뤄졌다.

이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보유 지분율은 34.7%에서 42.0%로 늘었다. 김동관 부회장의 방산 부문 지배력이 강화된 셈이다. 또 이 거래로 한화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는 1조3000억원의 한화오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한화임팩트파트너스 지분 52%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 승계의 중심인 두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매입으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한화는 “유럽 방산 블록화, 선진국 경쟁 방산업체들의 견제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투자 실기는 곧 도태’라는 생존전략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 역시 승계와 무관한 두 회사의 글로벌 육해공 방산 패키지 영업을 위한 전략적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분 증여에 따른 승계 완료로 ‘㈜한화-한화에너지 합병을 위해 ㈜한화의 기업가치를 낮춘다’는 오해가 바로 잡히고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은 지분 증여 이후에도 한화그룹 회장직을 유지하며 전문적인 경영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영 자문, 글로벌 사업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다.

지분 증여로 세 아들이 내야할 증여세는 3월 4일~31일 평균 종가 기준 2218억원 규모다. 한화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과세된 세금은 정도경영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앞서 2006~2007년 김승연 회장이 ㈜한화 지분 일부를 증여했을 당시 세 아들은 1216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김승연 회장도 1981년 당시 역대 최대 수준인 277억원을 상속세로 냈다.

과세기준 가격은 한 달 이후인 4월 30일 기준 전후 각각 2개월 주가 평균 가격으로 결정된다. 상장회사 내부자 주식 거래 사전 공시제도에 따른 결정이다.

한화는 “이에 따라 주가가 낮은 시점에 증여를 결정했다거나 주식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주장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그룹은 이번 지분 증여로 승계 관련 논란을 해소하고 방산, 조선해양, 우주항공 등 국가적 차세대 핵심사업에 집중해 기업가치 제고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다”고 했다.

이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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