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성향이 가르는 AI교과서 도입… 전국 도입률 ‘32.4%’의 허상

2025-04-02     김경아 기자

새학기에 맞춰 전국 초·중·고교 세 곳 중 한 곳이 ‘AI 디지털 교과서(이하 AIDT)’를 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교육감 성향에 따라 지역별 도입률 편차가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에도 못 미치는 지역이 있는 반면, 100%에 가까운 도입률을 기록한 지역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지자체별 AI 디지털교과서(AIDT) 도입률 / 그래픽=김경아 기자

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 초 기준 전국 초·중·고교 AIDT 도입률은 32.4%다. 

가장 높은 도입률을 기록한 주요 지자체는 대구광역시(98.1%)다. 이어 ▲부산 36.5% ▲서울 24.8% ▲대전 20.1% ▲인천 19.1% ▲광주 13.1% ▲울산 12.3% ▲세종 9.5% 등으로 부산을 제외하면 평균보다 도입률이 낮은 편이다.

도 단위로 살펴보면 충청북도가 57.8%로 가장 높은 도입률을 보였다. ▲제주 54% ▲경북 48.3% ▲경기 40.4% ▲강원 40% ▲전북 32.2% ▲충남 11.7% ▲전남 11.1% ▲경남 10.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교육감 성향에 따라 지역별 편차가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AIDT가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교육 개혁 정책 중 하나였기 때문에 교육 정책에 대한 공감대 형성보다는 정치색이 많이 투영됐다는 의견이다.

높은 AIDT 도입률을 보인 대구와 제주, 경북, 강원, 부산은 모두 중도·보수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이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AIDT 도입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으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반면 가장 낮은 도입률을 보인 세종은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최교진 교육감이 3선째 교육감을 연임하고 있다. 도입률 10.1%로 세종에 이어 두 번째로 AIDT 도입률이 낮은 경상남도 또한 진보 성향의 박종훈 교육감이 10년째 교육감을 맡고 있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경상남도는 도 차원에서 (AIDT의) 전체 도입을 유보한 상황”이라며 “현재 AIDT는 인재 선도·연구학교에서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하반기까지 전국 AIDT 도입률을 70% 이상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거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상황은 어수선하다. 비상교육 등 오는 6월 AIDT 검정 심사 재도전에 나선다는 기업들도 있지만 천재교과서와 웅진씽크빅 등 AIDT 사업에 나섰던 다수의 교과서 기업들이 올해 초부터 관련 부서를 해체하는 등 사업 정리 수순에 나섰다.

아직 학기 초라 안정적인 수업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만큼, AIDT 도입 학교의 실태 조사에 나서기에는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교육업계 관계자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안다”며 “자율 선택이기 때문에 AIDT를 먼저 도입한 학교의 성과를 살핀 후 도입해도 되지 않겠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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