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역행?… 엄주성號 키움證, 경쟁사 회피 석탄발전 단독 주관

키움증권,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1000억원 발행 주관 예정 그룹 창립멤버 이현 부회장, 이사회 수장으로 선임…거버넌스도

2025-04-03     윤승준 기자

키움증권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회사채 단독 주관에 나서는 등, ‘탈석탄’을 실천하는 다른 증권사와 상반된 행보다.

미흡한 ESG 성과는 이 뿐만이 아니다. 낮은 여성 임원 비율, 그룹 부회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 등 지배구조 부문도 미흡하다. 취임초 ESG 경영을 강조했던 엄주성 사장이 ‘선택적 ESG’ 행보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달 말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주관할 예정이다.  엄주성(사진) 키움증권 대표가 강조한 ESG 경영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선DB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민자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주관할 예정이다. 1000억~1500억원 규모로 발행일은 25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이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주관에 처음 나선 건 6년 전인 2019년이다. 2018년 키움증권은 증권사 5곳(미래에셋·한국투자·NH·KB·신한)과 공동으로 삼척블루파워와 총액인수확약(LOC)을 맺고 회사채 발행 주관을 맡았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이들 6곳이 주관한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1조3500억원. 이 과정에서 ESG 열풍으로 기관들이 매입을 주저해 절반 이상 미매각됐고 남은 물량(7370억원)은 주관사들이 떠안았다.

공동 주관사였던 증권사 5곳은 LOC 계약 만료인 작년을 끝으로 주관을 중단했다. 석탄화력발전소에 자금을 공급하는 게 ESG 경영 원칙과 어긋난다는 점에서다. 지금은 키움증권만 남았다.

탈석탄은 ESG 중 E(Environmental)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삼척블루파워는 2100MW급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로 연간 1282만톤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 위기를 악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키움증권의 선택은 회사채 주관 등을 통해 투자은행(IB) 사업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키움증권의 IB 부문 영업수익은 2848억원이었다. NH투자증권(1조6008억원), KB증권(1조1701억원), 메리츠증권(1조7968억원), 한국투자증권(8139억원) 등 주요 증권사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2020년 이후 삼척블루파워 공모 회사채 발행 내역. / 윤승준 기자

엄주성 대표는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ESG 경영 전략을 전담할 ESG 추진팀을 신설, ESG 브랜드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했다. 중점 추진 전략으로 ▲친환경 경영 이행 ▲녹색금융 강화 ▲사회책임 이행 ▲이해관계자 동반성장 ▲ESG 거버넌스 확립 등을 꼽은 상태다.

장애인 고용 등 사회(S) 부문에서 성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환경(E) 부문에서는 하이브리드 법인 차량 확대, 페이퍼리스 캠페인 등에 그쳤다. 탈석탄 선언과 같은 구체적 이행은 없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삼척블루파워는 대기오염의 80~90% 감소시킨 친환경 발전소"라며 "내부적으로는 탈석탄을 선언할 단계가 아직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허나 전문가 설명은 다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석탄화력발전소 회사채 발행 주관은 기후변화에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행위"라며 ESG 경영 입장에서도 당연히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사 전 대표·오너일가, 이사회 멤버…경영진 견제 가능할까

키움증권은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현(사진) 다우키움그룹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 조선DB

환경(E)뿐 아니라 지배구조(G) 부문도 취약하다. 특히 ‘유리천장’이 굳건하다. 지난해 키움증권 임원 전체 55명 중 여성은 4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환산하면 7.3%다. 주요 상장 증권사 5곳(미래에셋·NH·삼성·대신·한국금융지주 평균 9.1%) 중 가장 낮다. 등기임원 중 여성 사외이사 1명이 포함돼 법을 위반한 건 아니지만 이사회 다양성을 추구하는 ESG 경영과 거리가 멀다.

이사회 독립성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키움증권은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현 다우키움그룹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 부회장은 2000년 키움증권 창립멤버로 합류해 키움저축은행·키움투자자산운용·키움증권 대표를 거친 인물이다.

경영진을 균형감있게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할 이사회 의장이 전직 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의장 선임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여기에 그룹 최대주주이자 오너일가 장남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도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해 이사진을 친 경영진으로 채웠다는 평가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금융분야에서 오랜 기간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토대로 규제 환경 변화와 시장 경쟁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이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원만하게 조율하고 선임 사외이사와 협조해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의 ESG 등급은 경쟁사 대비 처진다.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상장기업 ESG 경영 평가 및 등급’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ESG 통합등급은 ‘B+(양호)’로 NH투자증권(A·우수)·미래에셋증권(A)·삼성증권(A)·한화투자증권(A) 등 경쟁사를 밑돌았다. 환경(E) 부문을 떼어놓고 보면 ‘B(보통)’로 상장 증권사 19곳 중 10위에 불과했다. A+를 받은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과 차이가 컸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