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예금토큰 써보니… “전자지갑 만들었는데 쓸 곳이 없네”

결제보다 어려운 진입, 사용자 중심 없는 ‘실험형 UX’

2025-04-03     원재연 기자

한국은행 야심차게 내놓은 디디지털화폐 실사용 테스트 ‘프로젝트 한강’이 지난 1일 시작됐다. 세계 최초 예금 토큰 기반의 대규모 민관 공동 파일럿 테스트로, 한국은행 주도 하에 7개 국내 은행이 참여, 국민 10만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신한은행 모바일 앱을 이용해 세븐일레븐에서 QR코드로 결제하는 모습 / 사진 = IT조선

예금토큰 테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들은 시중은행의 모바일 앱을 이용해 참여신청을 해야 한다. 7개 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참가자를 모집했으며, 정원인 10만명이 채워질때까지 참여 신청을 받는다. 

실험 이틀째인 4월 2일, 직접 예금토큰을 사용해 보기 위해 신한은행 앱을 실행해봤다. 예금토큰을 사용하기 위해 넘어야 할 단계는 생각보다 많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자지갑을 개설하는 것이다. 앱을 실행하고, 실명인증과 신분증 확인, 계좌 연동, 비밀번호 설정 등 많은 단계를 거치면 비로소 디지털자산 지갑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전자지갑 개설 후에는 드디어 예금토큰을 충전할 수 있다. 예금토큰 전환은 해당 은행 앱에서 보유 중인 예금을 전환하면 된다. 예금을 송금하고 전환하는 과정은 마치 게임머니를 충전하는 것과 비슷해 복잡하지는 않다. 

실제 결제 방식도 까다롭지는 않다. 서울 영등포구의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예금토큰으로 결제 될까요”라고 말하자, 직원은 “일단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결제는 기존 간편결제들과 비슷하게 QR코드를 제시해 스캔하는 구조다. 결제가 완료되기까지 시간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결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여전히 불편하다.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기존 간편결제는 잠금 해제 후 지문이나 얼굴 인식으로 곧바로 결제할 수 있지만, 예금토큰은 앱 실행부터 QR코드 생성까지 최소 3단계를 거쳐야 한다. 로그인만 두 번, 클릭은 세 번 이상 필요했다. 사용자 경험(UX) 관점에서 보자면 ‘결제 편의성’보다는 ‘참여형 실험’에 가깝다.

사용처 역시 제한적이다. 안내된 오프라인 가맹점은 세븐일레븐, 교보문고 전 지점, 일부 하나로마트와 이디야커피 매장뿐이다. 특히 이디야커피는 전국 가맹이 아닌 부산·인천 일부 매장만 지원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땡겨요’는 온라인 결제가 4월 6일부터 시작될 예정으로, 실험 초기에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처가 많지 않다는 점은 명확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물론 예금토큰의 구조는 기존 결제 시스템과 차별화되는 장점을 가진다. 대표적인 것이 수수료 절감이다. 중개기관이 줄어들기 때문에 결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결제 직후 판매자 지갑으로 즉시 대금이 입금돼, 일반 간편결제 수단보다 정산이 빠르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상의 장점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체감되지 않는다. 절차가 번거롭고, 사용처도 제한적이며, 혜택도 일부 이벤트에 한정된다. 무엇보다 "왜 이걸 써야 하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은행 관계자는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며 사전등록을 받았지만, 아직 참여인원이 모두 채워지지 는않았다”며 “고객 입장에서도 예금토큰을 서야 할 유인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큰 매력을 얻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