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에 수출 적신호 켜진 ‘K-유통’… 바빠지는 글로벌 경영
미국발(發)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식품·패션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 규모와 현지 생산 비중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체마다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상호관세 부과 등 국가별 관세율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미국 내 제조업 보호 및 무역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로 국내 기업들에게는 직·간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K-푸드 중에서도 수출의 선봉장으로 꼽히는 김치·라면 등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라면의 경우 지난해 대미 가공식품 수출 1위에 올랐고 김치 역시 일본을 처음으로 누르고 미국 시장이 최대 수출국으로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라면업계에서는 ‘불닭볶음면’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는 삼양식품이 대표적이다. 삼양식품은 미국을 비롯한 미주 지역에서 전체 수출 매출 중 2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불닭볶음면은 100% 국내 생산돼 수출 중이다.
수출된 불닭볶음면의 현지 평균소매 가격은 2000원 수준인데 여기에 25% 관세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가정하면 가격이 2520원까지 오르게 된다.
대상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대상은 미국 LA에 공장이 있지만 현지 생산보다 수출 비중이 2배 이상 많다.
반면 현지에 일찌감치 생산 거점을 확보한 기업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CJ제일제당·농심·풀무원·SPC 등은 미국에서 대규모 생산 설비를 짓거나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생산 비중을 높여왔다. 이들은 올해도 현지 공장의 생산량을 증대하거나 공장 신설을 고려하는 등 시설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 경쟁력이 커졌다 하더라도 상호 관세 25%를 감내할 수 있는 업체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미국 내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선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부 방침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상호관세는 한국 수출 약 10% 감소, 경제성장률 0.2%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라며 “대미국 수출 감소에 글로벌 교역 위축 영향이 더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미국의 관세 정책은 내수 부진의 행보를 대미 수출로 만회하려던 국내 식품업체들에게 변수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대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실제 올해 식품업계 주주총회에서는 미국 외의 신흥 시장인 인도·중동·서아시아·중남미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패션과 뷰티 업계도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다각화에 나섰다. K-뷰티는 올해 1분기 수출액에서 미국이 전체의 16.9%를 차지하며 급성장했으나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인해 수출 여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패션업계에서는 한세와 같은 업체들이 베트남·인도, 중남미 등의 공장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에 대해 관세와 수출 영향에 대한 점검을 진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한국 기업들에게 단기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생산지 다변화와 신흥 시장 개척을 통한 리스크 분산이 중요한 전략으로 떠오를 것이다”고 분석했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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