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유증 규모 2.3조로 축소… 한화오션 지분 매입금 되돌려

2025-04-08     이성은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영권 승계 자금 논란’의 불씨가 된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유상증자 축소로 줄어드는 1조3000억원의 자금은 한화에너지 등을 통해 확보한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총괄사장이 8일 설명회를 통해 사업 비전과 투자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정정 공시했다.

자금 조달 목적별로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이 2조4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시설자금이 1조2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각각 축소됐다.

신주 발행가는 기존 60만5000원에서 53만9000원으로 15% 할인됐다. 청약 예정일은 6월 4일에서 6월 5일로 하루 연기됐다.

구체적 실행을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방식이 실행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조3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된다.

이럴 경우 올해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에 한화오션 주식 매입 대금으로 지급한 1조3000억원이 다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되돌아가는 셈이 된다. 이를 통해 기존 유상증자 규모 3조6000억원을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며 줄어드는 1조3000억원을 확보한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에너지 대주주가 희생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소액주주가 이득을 보게 되는 조치다”며 “1조3000억원이 한화에너지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식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월 10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 한화에너지(2.3%)의 한화오션 보유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거래는 3월 13일 이뤄졌다. 이 거래로 한화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는 1조300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은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했다. 한화임팩트의 대주주는 한화에너지(52.1%)다. 한화그룹 승계의 중심인 두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매수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두고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논란 등이 일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1조3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필요성에 대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소액주주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부작용을 감소시키면서 필요한 자금 3조6000억원을 모두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다”고 말했다.

한화에너지는 최근 이사들 대상 사전설명회를 열고 ‘승계 자금’ 논란이 제기된 한화오션 지분 매각대금 1조3000억원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돌려 놓는 조치를 논의했다. 여기에는 한화에너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재규 한화에너지 대표는 “1조3000억원 조달 목적은 승계와 무관한 재무구조 개선, 투자재원 확보였고 실제 자금 일부가 차입금 상환과 투자에 쓰였다”며 “불필요한 승계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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