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논란에 고개 숙인 한화에어로 “부족한 부분 많았다”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승계 자금 확보 논란을 겪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소통 부족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소통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8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미래 비전 설명회’에 참석해 최근 논란을 빚은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 대해 “저희들이 분명히 부족했던 부분들이 많습니다”고 밝혔다.
그는 “3월 20일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왜 유상증자를 해야 하느냐’부터 승계 이슈가 되고 증여세가 언급되기도 했지만 전혀 그런 것과 상관 없이 사업적 목표를 갖고 경영진과 이사회가 충분히 숙고하고 논의해서 진행한 의사결정 사항이었다”고 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월 10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 한화에너지(2.3%)의 한화오션 보유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이 거래로 한화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는 1조300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은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했다. 한화임팩트의 대주주는 한화에너지(52.1%)다. 한화그룹 승계의 중심인 두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매수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두고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논란 등이 일었다.
안 사장은 “그럼에도 언론,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질책이 많았다”며 “아무리 경영적으로 옳은 길이라고 해도 결국 우리 주주들, 시민단체, 정치권, 정부 당국의 지지를 받지 않고 이렇게 밀어붙이는 건 아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한다는 내용의 정정 공시를 냈다. 신주 발행가는 기존 60만5000원에서 53만9000원으로 15% 할인됐다. 또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방식이 실행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조3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할인 없이 참여하게 된다.
안 사장은 “결국 소액주주를 포함한 주주가치를 올리는 방법으로 변경하지 않으면 이 방법은 아무리 우리가 경영적으로 좋은 방안이라 해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고 판단했다”며 “1조3000억원을 되돌리는 방법도 대주주들은 일반 주주들이 받는 15% 할인 없이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주요 이해관계자 분들께는 소통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는 많은 기회를 더욱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소통의 방법도 개발해 앞서 여러 논란이 됐던 그런 상황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에 대해서도 노력을 약속했다. 안 사장은 “앞으로 밸류업 계획에 대해서도 그룹 차원에서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며 “지금 보다 훨씬 많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IT조선이 한국거래소 밸류업 공시를 집계한 결과 2024년 5월 말부터 전날까지 예고를 포함한 밸류업 공시를 발표한 상장법인 132개사 중 한화그룹 소속 상장사는 한 곳도 없었다.
이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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