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금융' 일성 은행장들, '위기 관리' 속에 취임 100일

내부 사고는 물론, 상호관세 충격에 환율폭등까지 잇따른 사고 대응

2025-04-09     한재희 기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새롭게 선임된 시중 은행장들이 차례로 취임 100일째를 맞는다. 디지털 금융 가속과 신사업 발굴 등을 현안 과제로 안고 취임했지만, 잇따른 위기에 당장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금융사고는 물론, 탄핵에 이은 조기 대선,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 등에 대응하느라 바빴던 일상의 연속. 이제는 높아진 환율 변동성에 자본비율 관리 등 건전성 유지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까지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왼쪽부터)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각 사 제공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진완 우리은행장을 시작으로 이환주 국민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이날부터 차례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2년 더 이어가고 있다.

은행장들은 취임 일성으로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혁신 금융 확대를 내세웠다. 여기에 영업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 등도 과제로 삼았다. 불확실한 금융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면서 양적‧질적 성장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내부통제 역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금융사고에 은행을 향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다 올해 초부터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한 책무구조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지난 100일 동안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에서 금융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또 한 번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외부인에 의한 사기 사고도 있었지만, 신한은행의 경우 기업대출을 담당하던 직원의 17억원을 횡령하는 금융사고도 발생했다. 

최근에는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서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졌다. 탄핵 정국 속에서 임기를 시작한 은행장들은 국내 정치 요인에 기반한 환율 변동뿐 아니라 최근엔 미국의 상호관세 후폭풍으로 요동치는 환율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 전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4원 오른 1473.2원으로 상승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13일 금융위기 당시 1483.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환율은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영향을 미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화대출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면서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이어지고 RWA 증가는 CET1를 끌어내린다. 통상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자기자본비율이 0.01~0.03%포인트 떨어진다고 추산한다.

여기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기업 대출을 늘려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는데 은행들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은 수십조원의 금융 지원책을 발표하고 지원에 나섰다. 

연체율 상승과 함께 중소기업 등을 지원해야 하는 것은 은행권에 부담인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은행들의 중소법인대출 연체율은 0.81%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0년 1월(통계작성) 이후 높은 수치다.

각 은행장들은 비상점검회의를 통해 시장을 모니터링 하고 적기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4일 이환주 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각각 비상대책위원회와 위기관리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등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을 지원하는 등의 은행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한편으로는 은행의 건전성까지 챙겨야 한다”면서 “그어느때보다 은행장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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